'파리 영웅' 금 오상욱·은 금지현·동 김우민의 멈추지 않는 꿈

입력
2024.07.28 16:34
펜싱 오상욱, 개인전보다 단체전 욕심
엄마 사수 금지현 "둘째 낳고 다음 올림픽에 금메달"
금 목걸이 찬 수영 김우민 "4년 뒤 금메달 기원"

2024 파리 올림픽 영웅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메달 레이스 첫 날 최고의 순간을 즐겼지만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 가슴 속에 품은 목표가 각자 남았기 때문이다.

28일(한국시간) 한국 선수단에 1호 금메달을 안긴 펜싱 간판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파리의 유서 깊은 명소인 그랑팔레에 애국가를 울렸다. 아울러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펜싱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 신화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3년 전 도쿄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순간만큼 기쁨의 여운이 오래 가지 않았다. 오상욱은 금메달을 따낸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엄청 기쁘지만 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단체전까지 금메달 따고 편히 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단체전은 동료들과 같이 이겨내고, 한 사람이 못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메워주는 그런 맛이 있는데 개인전은 홀로서기”라며 단체전에 의미를 더 부여했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의 중심 오상욱은 오는 31일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과 함께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면서 은퇴한 멤버 김정환, 김준호가 생각난다고 털어놓은 그는 “함께 한솥밥을 먹으면서 내가 컸는데 멤버가 바뀌면서 정말 많이 박살이 나기도,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후배들을 이끌고 ‘금빛 찌르기’에 도전하는 오상욱은 “2017년부터 세계선수권 단체전 4연패를 했는데, 3연패를 했던 2019년에 내가 개인전에서 우승했다”면서 “이번에도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고, 나는 개인전에서 우승했다. 뭔가 잘 들어맞아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파리에서 약 300㎞ 떨어진 샤토루에서 박하준(KT)과 함께 한국 선수단에 가장 먼저 메달 소식을 전한 ‘엄마 사수’ 금지현(경기도청)은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전 은메달로 개인 첫 올림픽 메달을 수집했다. 막 돌을 지난 딸을 한국에 두고 처음 나간 올림픽에서 값진 선물을 챙겼다.

24세의 젊은 나이에 벌써 아이를 낳고, 올림픽까지 획득한 금지현을 두고 주위에서는 ‘애국자’라고 많이 부른다. 금지현은 “임신했을 때 ‘너는 애국자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말 중 하나였다”며 “이제 (올림픽 메달까지 따서) 진정한 애국자가 됐다는 생각을 하니 좀 울컥했다”고 말했다.

은메달도 충분히 만족하지만 내심 ‘금빛 총성’을 기대했다. 아직 도전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고, 4년 뒤 올림픽도 바라보고 있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는 두 아이의 엄마로 역사를 쓰고 싶은 마음이다. 금지현은 “둘째를 낳고 다음 올림픽까지 도전해서 신화를 쓰고 싶다”며 “후배들에게 엄마가 돼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박태환 이후 한국 수영의 12년 묵은 올림픽 메달 한을 푼 김우민(강원도청)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불굴의 정신력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 올림픽 때 남자 계영에만 출전했던 그는 이번 대회 개인전 예선에서 7위로 상위 8명이 나갈 수 있는 결선 티켓을 힘겹게 따냈지만 레이스에 불리한 1번 레인에서 사지가 타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악물고 물살을 갈랐다.

감격에 겨운 나머지 눈물을 훔친 김우민은 크게 기뻐하면서도 동메달에 만족하지 않았다. 4년 뒤를 바라보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며 “이번에 올림픽 메달을 땄으니까 4년 뒤에도 딸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금메달을 향해 계속 역영하는 원동력은 목에 찬 금 목걸이다. 그는 “가족이 선물한 목걸이다. 이 목걸이를 차면 없던 힘도 생긴다”며 “사실 금메달을 기원하면서 금 목걸이를 찼는데, 일단 동메달을 땄다”고 설명했다.

파리 =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