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범 경찰관의 뇌출혈 순직... 잇단 현장 사망에 '업무과중' 논란

입력
2024.07.28 14:00
서울 동작서 김모 경감 영결식
최근 순직·자살한 사례 잇따라


"고인은 모든 부서의 존경을 두루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김승혁 서울 동작경찰서장은 28일 동작서 김모(44) 경감의 영결식에서 이렇게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날 동작서에서는 사무실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졌다가 일주일 만에 사망한 경무계 소속 김모(44) 경감의 영결식이 열렸다. 지구대와 파출소를 합쳐 총 600여 명이 근무하는 동작서에서, 필수 근무 인력 등을 뺀 200명의 경찰관이 이날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오전 7시 20분쯤 운구차가 경찰서 본관 앞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린 김 경감의 유족들은 경찰관들과 함께 침통한 표정으로 영결식이 진행되는 곳으로 이동했다. 오전 8시쯤 운구차가 경찰서를 빠져나가자 두 줄로 선 경찰관들이 경례를 하며 마지막으로 김 경감을 보냈다.

앞서 김 경감은 19일 오전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출근을 하던 직원이 쓰러져 있는 김 경감을 발견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지만 일주일 만인 26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쓰러졌을 당시 김 경감은 뇌출혈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업무 과중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 중이다.

최근 업무 과중을 호소하던 경찰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시도한 일이 한 달 새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18일에는 관악경찰서 수사과 소속 30대 송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혜화경찰서 수사 업무를 맡고 있는 40대 A경감도 이달 26일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됐다. 이들 경찰관들은 모두 평소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 과중 문제를 호소하던 경찰 내부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일선서에서 근무하는 A경위는 "수사권 독립으로 경찰 수사관들의 업무 과중이 발생할 것이 뻔했음에도 인력 충원은 없었다"며 "업무 부담으로 결국 버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동료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경찰관은 "업무량이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초과근무 하는 게 다반사"라며 "동료 경찰관들도 다 똑같은 상황이기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어 결국 우울증에 걸렸다"고 털어놨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매년 20명을 넘겼다. 2019년 20건, 2020·2021년에는 24건, 2022년 21건, 지난해 24건 등 매년 20건이 넘는 경찰관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7월까지 총 14건이 집계됐다.

잇단 경찰관 사망 소식에 경찰청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청 차장이 총괄하는 '현장 근무 여건 실태 진단팀'을 꾸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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