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마니아 Z세대를 위한 'Z'...폴더블로 반전 노리는 삼성의 승부수 통할까

입력
2024.07.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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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폴더블 신제품 내며 올림픽·웹툰 등 'Z세대 마케팅'
갤럭시 AI·모바일 게임 성능도 부각


우리의 (마케팅) 목표는 '젠지(Z세대)'입니다.
박정미 삼성전자 MX사업부 마케팅팀 상무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을 담당하는 박정미 MX사업부 상무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 마케팅의 목표 중 하나를 Z세대라고 콕 집었다. 역사상 가장 '열린' 세대, 유행을 이끌고 혁신 기술에 민감한 세대가 '꿈을 갖고 도전하는' 무대 중 하나로 올림픽의 가치를 봤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Z세대'를 갤럭시 마케팅의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젊은 브랜드'를 향한 이 회사의 열망의 배경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 애플이 젊은 세대 공략에서는 앞선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첫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한 생태계를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젊은 세대는 놓칠 수 없는 승부처다.

삼성전자는 26일 개막한 '2024 파리 올림픽'을 기념해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6'의 올림픽 에디션을 준비했다. 이 제품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1만7,000여 명에게 나눠주고 시상대에서 셀프카메라(셀피)를 촬영하는 '빅토리 셀피' 이벤트를 진행한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올림픽의 주 시청층인 전 세계 Z세대에 제품을 알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에버랜드 판다 가족·네이버 웹툰·국내외 모바일 게임과도 맞손


국내에서도 Z세대를 향한 구애는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에버랜드의 인기 스타가 된 자이언트판다 가족 '바오패밀리'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일 좋은 입구다. 15일부터 에버랜드에 판다가 플립6을 타거나 앉아 있는 대형 구조물을 세우고 신제품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갤럭시 Z 플립6의 한정판 에디션을 위해 협업하는 지식재산(IP)도 Z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것들에 쏠려 있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는 '냐한남자' '화산귀환' '마루는 강쥐' 등 캐릭터와 연계한 한정판 에디션이 출시됐거나 준비 중이다.

기능 면에서는 모바일 인공지능(AI) '갤럭시 AI' 활용 기능과 모바일 게임 구동 능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공개한 '갤럭시 S24'의 판매량을 따져봤을 때 특히 Z세대에게 호응이 높아졌다며 그 요인을 갤럭시 AI에서 찾고 있다.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상무는 4월 1분기 기업 설명회 때 "Z세대가 갤럭시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비즈니스 폰'으로 통한 '갤럭시 Z 폴드6'은 큰 화면을 무기로 Z세대가 좋아하는 게이밍 능력이 강한 스마트폰을 표방한다. 크래프톤의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텐센트의 '아너 오브 킹즈' 등은 대화면 전용 인터페이스(UI)를 마련했다. 엔씨소프트가 8월 출시하는 게임 '호연'도 폴드6 특별 에디션을 준비 중이다. '패션 아이템'에 가까워 성능이 좋지 못하다는 이미지가 짙은 플립도 올해 제품엔 발열을 관리할 수 있는 '베이퍼챔버'를 포함해 게임 실행 능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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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Z세대의 아이폰 선호... '록인'되기 전 잡아야



Z세대를 공략하는 삼성전자의 행보는 이 연령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대개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성인 스마트폰 사용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8∼29세 응답자의 64%가 아이폰을, 34%가 갤럭시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해외에서도 시장조사업체 어테인·카날리스 등의 조사를 보면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 쪽에서 Z세대의 아이폰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20대의 아이폰 선호가 삼성전자에 걱정거리인 것은 한 번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 제품 브랜드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록인(lock-in) 효과'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두 브랜드 이용자 모두 같은 브랜드를 재구입하겠다는 비율이 90%에 육박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이폰 사용자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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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성공한 기업가를 염두에 두고 톰 브라운 등 명품 브랜드와 마케팅하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부터는 Z세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하는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Z세대에서 아이폰이 갤럭시보다 인기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Z세대가 지속적으로 제품을 살 미래 소비자임을 생각한다면 마케팅 대상으로 공을 들이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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