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한 조 장관은 왕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이 복합 도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에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으며 중국 쪽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북러 정상회담과 같은 날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이 북러 간 협력과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과 다른 뉘앙스다. 중국은 최근 들어 "북러협력은 두 주권국가 간의 일",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는 변함없다"면서 북러 밀착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중국과의 접점을 넓히려 대화 채널을 총동원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를 견제할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러 군사협력 이후 한중 간에는 외교안보대화, 차관 전략대화,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졌다"며 "이 같은 전략소통을 계속해나간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이 외에 탈북민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한중은 관계 증진을 위한 구체적 내용에도 합의했다. 조 장관은 내달 예정된 한국 청년들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 청년교류사업이 2019년 이후 5년 만에 재개된 점을 환영하고, 이를 통해 젊은 세대 간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성공적 교류가 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당부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중단된 외교부 주도 교류·협력사업들도 하나씩 재개해나가기로 했다.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문제도 논의됐지만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큰 물길이 만들어져서 문화콘텐츠가 교류되고 있지는 않지만 조그마한 물길이 만들어진 적이 있고 양국 국민 수요에 따라 자유롭게 문화콘텐츠가 교류되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중이 그간의 고위급 교류를 통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중은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며, 이익도 깊이 융합돼 있다.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