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취소해 주세요"... '티몬 사태'에 불똥 튄 카드사

입력
2024.07.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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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통한 결제 취소 시작
일시불 결제 2주 이상 걸릴 듯
카드사, 환불 뒤 구상권 청구
"사고는 티몬이, 뒤처리는 카드사가"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불똥이 결국 카드사로 튀면서 카드사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규제권을 쥔 금융당국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2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는 티몬·위메프 회원의 결제 취소 신청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전날 금융감독원의 협조 요청에 따른 것이다.

티몬·위메프에 대금을 납부했지만 아직 물품 등을 받지 못한 고객은 결제 방식에 따라 취소 처리가 달라진다. 티몬·위메프에서 할부 결제한 지 7일 이내거나, 결제금액이 20만 원 이상이면서 3개월 이상 할부로 결제한 고객은 '할부 계약 철회' 및 '항변권'을 통해 환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할부 계약 철회 및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는 카드사의 자체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시불 결제거나 위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할부 결제 고객은 카드사의 '신용카드 이용대금 이의 제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카드사 고객센터, 홈페이지, 모바일 앱을 통해 이의 제기를 하면 결제 취소부터 환불까지 2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가 2차 결제대행(PG)사인 티몬·위메프 등의 세부 거래 명세를 볼 수 없어 일일이 PG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선 카드사는 일시불 결제 건에 대해선 법적 책임이 없다고 토로한다. 규정에 없는 환불이다 보니 절차도 복잡하다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고객에게 먼저 환불해 주고 다음에 PG사에 청구하는 식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PG사 역시 티몬 등의 정산을 받아야 해서 사태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가 터지자 책임은 카드사도 지게 됐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환불 창구를 개별 카드사로 정하다 보니 카드사 고객센터는 비상이다. 이날 오후 기준 7만 건 이상의 민원이 카드사로 몰렸다는 게 여신금융협회 추산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달 비용이 많이 들어 어려움을 겪는 카드사에 '선환불 후구상권 청구'는 너무 큰 부담"이라며 "어렵고 복잡한 일이 생기자 카드사에 일을 떠넘기는 정부의 일 처리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