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25일(현지시간) 글로벌 기업 총수들을 관저로 대거 초청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지는 통상적 행사이기는 하나 지난 7일 프랑스 총선 이후 이어지고 있는 국내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자리였다는 분석이 많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기업 총수 약 40명을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 조 차이 알리바바 회장,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 닐 모한 유튜브 CEO 등이 참석했다. 식사로는 고기, 치즈, 햄 등을 함께 튀겨 만드는 프랑스 전통 음식 코르동 블루와 빈티지 와인이 준비됐다.
올림픽 주최국 정상이 올림픽을 계기로 자국을 방문한 외빈을 대접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이날 자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특별히 더 중요했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 여파로 높아진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컸기 때문이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기업 리더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분명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 프랑스 정부가 임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기업 입장에서 불안 요인이다. 선거에서 1당을 차지한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과 2위에 오른 범여권은 정부 구성권을 쥔 총리 자리를 놓고 여전히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NFP가 집권하면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 우려도 상당한 상태다. NFP는 최저 임금 인상, 물가 상승률에 연동한 임금 인상, 기업의 초과 이윤에 대한 과세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에게 '정치적 혼란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특히 집권 이래 지속 추진해 온 외국인 투자자 친화적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정책의 연속성, 안정성, 확실성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안심을 시키고자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겠다는 목표로 2017년 취임 후 친(親)기업 정책을 강력 추진해왔다. 특히 외국인 투자 유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해 1,194건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며 5년 연속 유럽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