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짚고 부들부들... "몸도 못 가누는 노인이 운전을?"

입력
2024.07.26 15:00
보배드림 블랙박스 제보 영상
SUV 노인 운전자에 우려 시선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는 것 같은데 운전을 한다고요?"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운전자들을 경악게 했다.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운전자'라는 제목의 영상 속 주인공은 백발의 남성이다. 영상에서 그는 주차돼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부들부들 떨며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근처 시민이 보다 못해 할아버지의 왼손을 잡고 부축했다. 다른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할아버지를 지켜보며 걱정했다.

가까스로 차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조수석이나 뒷좌석이 아닌 운전석 문을 열었다. 본인이 운전자였던 것이다. 다리를 떠는 할아버지는 운전석에 앉는 일조차 버거워 보였다. 할아버지를 부축한 시민이 운전석 문을 닫아주고 나서야 차는 출발할 수 있었다. 영상은 할아버지가 탑승한 SUV 뒤편에 있던 다른 차량의 전방 블랙박스 카메라를 통해 촬영됐다. 촬영 시점이나 장소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주변 거리를 봤을 때 경기 성남의 단대전통시장 인근으로 추정됐다. 할아버지의 나이나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이 영상은 보배드림은 물론 여러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주목받았다. 한 누리꾼은 "몸 상태가 저러신데,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어떻게 통과한 건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65세 이상 운전자는 5년마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자동차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른 누리꾼은 "브레이크 밟을 힘도 없어 보이는데 걱정된다"고 했다. 영상 속 노인이 운전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저러다가 자칫 시청역 차량 돌진사고 같은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장 "고위험 운전자 면허 제한 추진"

앞서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는 차모(68)씨가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9명이 숨졌다. 차씨는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당시 사고가 운전자 과실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결과 차씨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시청역 참사를 계기로 고령자 운전면허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했다가 '노인 이동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철회했다. 그러다 시청역 사고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신체 인지능력의 현저한 저하로 사고 위험이 높은 고위험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장재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