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 제21대 환경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김 장관은 "환경부가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생태계, 맑은 물이 우리가 할 일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보호와 규제 중심의 환경 정책에서 벗어날 것을 예고했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기후위기로 농작물에 피해를 입으면 생활물가에 영향이 온다. 폭염이 오면 야외 노동자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어르신과 아이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며 "환경의 콘셉트(개념)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취임 첫날인 전날 취임식을 하루 미루고 대전 갑천 수해 현장을 찾았다.
기획재정부에서 차관까지 역임한 김 장관은 '전문성 부족' 비판을 의식한 듯 소통과 배우는 자세를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해관계자, 타 부처, 국회, 언론,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겠다"며 "할 말이 있다면 토요일, 일요일에도 카톡을 달라"고 제안했다. 또 양복 재킷을 벗고 취임사를 하면서 부처 회의 참석 복장을 자율 복장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3대 추진 정책으로는 △안전한 환경 조성 △탄소중립 이행으로 성장동력 창출 △흔들림 없는 환경가치를 제시했다. 김 장관은 "안전 대응에 과잉은 없다는 신념으로 기후재난 적응체계를 튼튼히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책임 있게 이행하겠다"며 "국내 기업의 탄소경쟁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세먼지, 녹조, 유해화학물질 등 환경위험요인도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간을 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식, 앞선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나온 김 장관 발언을 두고 환경 정책에 사회·경제적 요인을 적극 고려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30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국가 예산을 편성하고 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이력도 이 같은 정책 철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야당과 시민단체에선 '예산통' 김 장관이 환경부 수장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정부의 환경 규제 완화 포석으로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김 장관 포부대로 환경부가 기후대응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김 장관과 환경부의 소통 행보 여하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장관이 마주한 현안과 과제도 많다. 당장 올여름 국지성 호우와 폭염으로 대표되는 기후이상에 대응하고, 2035년까지 달성할 NDC를 마련해 내년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해야 한다. 종이컵과 일회용품 규제 대책 마련도 주요 현안인데,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현장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며 규제속도 조절을 예고한 바 있다. 홍수 예방을 위한 댐 건설과 하천 준설, 수도권 대체매립지 선정 등은 복잡한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