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ㆍ8 전당대회 당시 국민의힘 주류는 윤석열 대통령을 ‘명예 당대표’로 추대하자는 주장을 폈다. 정권 초 대통령실과 여당이 분열 없이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자 당정일체론을 띄우면서 급기야 '당 총재를 부활시키자는 것이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집권당이라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고, 김행 당시 비대위원은 “책임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 김대중 정부까지 대통령이 총재를 겸하며 당의 인사ㆍ재정ㆍ공천을 직접 챙겼다. 제왕적 지배였다. 당에서 총재권한대행 등이 공식 주례보고 형태로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 카리스마 총재, 거수기 여당, 보스정치 같은 말이 일순간 사라진 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다. 2002년 대선에서 당정청 분리를 선언했고 당 총재직도 맡지 않았다. 다만 한 원로는 “참여정부 초반 정대철 대표 때까지만 해도 주례보고가 가장 중요했다”며 “대표가 들고 가는 서류뭉치에 종이로만 작성된 정보기관 첩보 서류도 포함됐고 대부분의 현안이 이 자리에서 결정됐다”고 했다.
□ ‘권위주의 정치 청산’을 내건 노무현 시대 당정관계는 공개소통으로 채워졌다. 고위당정 정책조정회의, 여당지도부 초청간담회, 분야별 당정간담회, 당정청 워크숍, 부처별 당정협의 등 수평적 조율과 협력이 활발해졌다. 전제는 대통령이 여당을 지배하지 않는 당정분리 원칙이었다. 하지만 정치개혁을 향한 노 전 대통령의 진의와 달리 당과 대통령의 관계 자체가 단절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오죽하면 열린우리당이 당청관계 복원을 요청하고, 청와대가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어느 방식의 당정관계가 바람직한지는 정권이 처한 환경과 대통령 인기도에 따라 다르다. 윤 정부에선 집권당이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당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친다. 여기에 '비윤'이 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7ㆍ2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됐다. 새로운 당정관계가 불가피한 지금 상황에선 건강한 당정분리를 넘어선 당정파열로 갈 수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권력 핵심부 간 그들만의 감정대립, 궁중암투인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