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별검사법 재표결이 부결된 25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 사이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조용히 해주십시오"라며 자제시켰고, 이후 회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개판이네"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우 의장은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우 의장은 "여야 합의에 의해 정회하지 않고 대기하기로 했다"며 "15~20분 정도 야당에 시간을 주기로 했으니 잠시 대기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채 상병 특검법 부결 규탄대회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규탄대회가 끝난 뒤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복귀하면서 신경전은 고조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장석 앞에서 정회를 하지 않은 채 회의 도중 야당이 집회를 하도록 한 데 우 의장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우 의장은 "전달 통로를 통해 여야 합의가 된 것으로 들었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과하라"며 우 의장을 압박했다.
여야 간 설전은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하면서 격화됐다. 먼저 발언에 나선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의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개판이네'란 소리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박 원내수석은 작심한 듯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우리가 모시고 있는 의장에 대해서 인사를 하고 경의를 표하는 게 맞다. 기본이 안 됐다"고 국민의힘을 향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전 의사진행 발언 과정에서 우 의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사실도 문제 삼은 것이다.
감정이 격화된 채 발언 기회를 잡은 배 원내수석도 그간의 앙금을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은 항상 통보하는 식이다. 여지껏 민주당과 어떤 동의와 합의를 갖고 일을 할 수 없었다"며 "우리 의원들은 진심을 다해 의정활동을 하려 하는데 민주당 여러분들은 폭압적으로 소수당을 누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 원내수석은 우 의장을 향해서도 "의장이 탈당을 해서 무소속인데도 일방적으로 민주당 편을 들고 있다"며 "저희의 인사를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하게 사회를 봐달라"고 촉구했다. 원내수석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여야는 서로를 향해 고성과 삿대질로 맞불을 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배 원내수석의 발언이 끝나자 우 의장은 "지난번에는 어느 당 사람들이 '정신이 어쩌고'라고 해서 사과를 했는데 의장에게 무턱대고 '개판'이라고 해서 되겠느냐"며 "국민의힘이 입장을 정리해서, 강민국 의원이 의장에게 개인적으로라도 좋으니 소명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하면서 소란은 잦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