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후보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화 주장을 다시 꺼냈다. 여기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취임 첫 정책 메시지로 '금투세 폐지'를 주장했다. 여야 간 극한 대결 상황이지만,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24일 밤 민주당 당대표 후보 TV 토론회에서 "금투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5년 동안 연간 5,000만 원, 2억5,000만 원을 벌어야 세금 대상"이라며 "이를 연간 1억 원 정도로 올려서 5년 동안 5억 원 번 것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자"고 제안했다. 그는 "전체를 폐지하면 고소득자들의 세금은 빠져나가는 것이니 그건 그대로 과세하자"고 덧붙였다. 당대표 후보 출마 때 금투세 완화를 언급했던 이 후보가 더 구체적 내용을 제안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정기국회 때 후속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감세에 대해 부정적인 민주당의 전통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금투세 완화에 진정성을 보이는 것은 그의 경험과 무관치 않다. 이 후보는 2년 전 대선 후보 당시 "대박 주식만 쫓다 보니 외환위기 때 큰 손실을 봤다. 자본시장을 믿고 우량주, 장기 투자를 통해 성과를 보기도 했다"고 발언해 주식 투자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실제로 21대 국회 입성 직후인 2022년, 2억3,000만 원 가치의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주식 보유 사실도 신고했다.
한 대표도 25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 등 민생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 후보의 금투세 유예 주장에 "세제 개편에 대한 논의에 즉시 착수하자"고 제안한 바 있는데, 한 대표가 '폐지'까지 주장하면서 적극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금투세 폐지는 총선 공약이기도 했고, 1,000만 명이 넘는 주식투자자의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로 넘어온 세법 개정의 키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쥐고 있는 만큼, '유예 및 완화'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은 있다. 다만 민주당이 '금투세 내년 시행 추진'을 당론으로 못 박아온 만큼, 당내 반발이 변수다. 당장 민주당은 이날 발표된 정부 세제 개편안을 비판하는 내용의 당 공식 논평에서도 금투세 폐지를 비롯한 감세에 반대한다는 입장의 뜻을 분명히했다. 민주당 정책위나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은 이 후보의 금투세 유예 및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 당대표 토론회에서도 이 후보 주장에 김두관 후보가 "투자자의 1% 정도에 부과되는 것인데, 국민의힘이나 정부에서는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중산층이나 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우리 당에서 이런 입장은 동의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이날 성명을 내고 "금투세 시행을 또다시 유예한다면 대선 국면에서 다시 유예론이 제기되고, 제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