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금으로 예정된 유럽평화기금(EPF) 65억 유로(약 9조7,626억 원) 지급을 계속 차단할 수밖에 없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통상부 장관)
"상황이 시정되지 않으면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페테르 펠레그리니 슬로바키아 대통령)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에 엄포를 놓고 있다. 두 국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 2월) 이후에도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해왔는데, 운송 경로 중간에 있는 우크라이나가 원유가 이동하는 송유관을 임의로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중재에 나설 예정이지만 친(親)러시아 성향 두 국가를 우크라이나가 그간 탐탁지 않게 여겨왔다는 점에서 상황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동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원유 일부의 이동을 막은 건 지난 18일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러시아 기업인 '루크오일'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리고, 루크오일이 수출하는 원유가 수송되는 '드루즈바 송유관'의 자국 내 구간을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치 이후 헝가리·슬로바키아에서는 "심각한 연료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한다'는 EU 제재가 있음에도 이행을 면제받을 정도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헝가리 외무부에 따르면 루크오일이 공급하는 원유는 헝가리 수입량의 33%, 슬로바키아 수입의 40~45%를 차지한다.
이에 두 국가는 대체 수입로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강력히 항의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경제가 아니라 EU 회원국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국가가 22일 EU 집행위원회에 중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EU도 개입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루크오일 제재 철회' 요구를 우크라이나가 받아줄지는 불분명하다. '러시아산 원유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수출되고 그렇게 번 돈이 전쟁 자금으로 쓰이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는 우크라이나 목소리가 EU 내에서 힘을 받지 못하자 결국 독자 제재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송유관 차단을 EU 내 친러시아 국가에 대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의회 에너지위원회 소속 인나 소우순 의원은 헝가리가 줄곧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적 지원을 방해하고 EU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외교적 해결책이 효과를 보지 못했으므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