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띄워 올린 오물풍선 500개 가운데 480개가 지난 24일 수도권에 낙하했다. 5월 28일 이후 북측의 10차례 오물풍선 살포 행각 가운데 가장 많이 우리측에 떨어졌다. 바람 영향 때문에 이제까진 50% 미만만 남측으로 내려왔다. 북측이 목표지점 낙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이제껏 데이터를 쌓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10차 오물풍선 일부는 대한민국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용산 대통령실 경내에 떨어졌다. 대통령실은 “관측 장비를 통해 감시하고 있었고 낙하 후 안전하게 조치했다”고 했다. 최고의 보안시설에 북측 풍선이 떨어지도록 내버려두는 건 보안 불감증이나 다름없다. 북측이 지금은 종이 등 위험성이 없는 물건을 담아 띄우고 있지만 유사시 화생방전에 악용할 수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오물풍선을 공중에서 터뜨릴 경우 화재 등 위험성이 있다 해서 보안시설과 인구밀집지역까지 내려오도록 계속 방치하는 건 무책임하다. 우리 군은 21일부터 접경지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가동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중대 위협이 되고 있는 오물풍선 방비책이 될 수 없다. 이를 두고 합참에서 “우리측이 비용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하는 건 한심한 인식이다.
북측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저급한 행각을 벌이는 가운데 신원식 국방장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 원점에 대한 북측의 포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의 대응방식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한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다. 북측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대북전단 살포 원점 타격을 위협하기는 했으나 실제 일어난다면 남북 간 상호 포격전 등 군사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우리 재래식 화력이 압도적이라 하더라도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은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발상이다. ‘트로이 목마’나 다름없는 오물풍선에 대해 레이저 대공무기 배치 등 확실한 차단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만 내세워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에 뒷짐만 지는 건 안보 대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