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히어로물 마니아들이 수없이 많다. 그렇지만 특히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데드풀 등은 모두 외국 캐릭터들이다. 왜 한국에는 오랜 시간 존재감을 드러내온 롱런 히어로가 없을까.
'데드풀과 울버린'은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기를 맞아 모든 면에서 상극인 울버린을 찾아가게 되며 펼쳐지는 일들을 담은 도파민 폭발 액션 블록버스터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을, 휴 잭맨이 울버린을 연기했다. 직품은 개봉 첫날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한국 관객들의 관심을 증명했다.
이 외에도 많은 히어로들이 사랑을 받아왔다. 마블 영화가 큰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마블민국(마블+대한민국)'이라는 표현도 생겼다. 2019년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무려 1,397만 관객을 동원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도 천만 영화다.
시선을 모으는 점은 히어로물의 인기가 제법 두터운데도 한국에는 오랜 시간 사랑받는 영웅 캐릭터가 없다는 사실이다. '무빙' '경이로운 소문' 등의 히어로물이 방영 당시 뜨거운 인기를 누리긴 했다. 그러나 이 안의 인물들은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처럼 꾸준히 회자되는 캐릭터로 남진 못했다.
왜 한국에는 롱런하는 히어로 캐릭터가 없을까.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노철환 교수는 해외의 유명 캐릭터가 사랑받게 된 배경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배트맨 같은 캐릭터는 2차 세계대전쯤 생겼다. 남편, 자식이 죽어가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에게는 히어로가 필요했고, 그때 이 만화들이 팔리기 시작했다. 코믹스 문화는 2차 세계대전 후에 크게 융성하게 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만화를 통해 애국심을 키운 시기가 없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미국의 코믹스 시장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히어로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대박을 치기 시작했고,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 노 교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슈퍼히어로는 마이너 문화에 가까웠다. 1940년대에 (만화를) 봤던 분들이 40대, 50대가 돼서 1980년대의 슈퍼맨 영화를 뿌듯한 마음으로 관람했던 거고, 그 자녀들이 시간이 흘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팬이 됐다. (히어로물과 그 인기는) 오랜 기간 쌓아온 문화적인 유산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무빙'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미국 코믹스가 사랑을 받다가 영화로 만들어지며 세계관을 넓혀갔던 것과 같은 형태의 (한국) 시리즈는 '무빙'이다. 강풀 작가가 10년 전에 선보인 웹툰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가 그의 작품끼리 세계관이 얽혀 있다. '무빙'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을 히어로물과 관련해) 첫발을 뗀다면 강풀 작가의 시리즈가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콘텐츠의 돌고 도는 유행 속에서 현재를 히어로물의 흥행기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히어로물이 대중에게 짜릿함과 통쾌함을 모두 안긴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언젠가 한국에도 롱런 히어로가 탄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