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구개발(R&D) 체질 개선을 이유로 상대평가 하위 R&D 사업들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힌 지 1년 가까이 되도록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R&D 예산 삭감 여파로 불거진 연구현장의 혼란과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류광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R&D 예산 논란의 핵심 중 하나였던 ‘하위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평가 결과가 예산 반영에 활용은 되겠지만, 각 사업의 분야와 성격에 따라 달라 일괄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구조조정 규모가 예산에 얼마나 반영될지, 현 방침이 계속 유지될지 등은 추후 정리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8월 2024년도 국가 R&D 사업 예산 삭감을 발표하면서, R&D에 상대평가를 전면 도입해 하위 20%에 해당하는 미흡한 사업이나 문제가 지적된 사업은 구조조정하고 차년도 예산을 깎겠다고 밝혔다. R&D 평가에 '미흡'을 주는 비율을 상향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당시 과학기술계에선 "R&D 비효율의 책임을 연구현장에 떠미는 상황이 모욕적", "근거 없이 비율을 정하고 자르는 건 연구 의지를 꺾는 것"이라는 비판이 빗발쳤고, 공들여온 연구가 중단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올 초 과기정통부는 하위 20% R&D에 대해 부처의 자율적 구조조정 추진을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사업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여태 세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R&D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은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생활비와 인건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 제도도 세부 계획은 여전히 '준비 중'이다. 인건비 운용을 연구책임자가 아닌 학부, 학과 같은 기관 단위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부안은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류 본부장은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 R&D 연구비 집행 내역과 성과 확대 방안,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 로드맵 등도 하반기 중 발표를 예고했다.
연구현장의 관심이 쏠린 정책들이 여전히 구체화하지 않은 데다 의대 입학 정원까지 늘면서 우수 인재들의 이공계 이탈이 가속화할 거란 우려가 높다. 빠르고 유연한 연구 지원을 명목으로 결정한 R&D 예비타당성조사 폐지 방침도 국회 문턱이 남아 있다. 류 본부장은 “9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률 개정안을 내고 입법부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