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여사 '출장 조사' 과정을 놓고 이원석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일정이 밀리는가 했지만, 사의를 밝혔던 검사가 돌아오는 등 잠정적인 봉합을 통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다만 김 여사를 어떻게 처분하느냐를 두고 다시 잡음이 흘러나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 조사에서 불거진 논란과 별개로 수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기로 했다. 앞서 20일 김 여사 조사 과정에서 '비공개 출장조사' 및 '총장 보고 누락' 논란이 터지면서 수사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2일 이 총장이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하고, 수사에 참여한 김경목 부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수사팀과 지휘라인 모두 어수선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는 전날 이 총장의 당부에 김 부부장검사가 사의를 철회하면서 누그러졌다. 이 총장은 김 부부장검사에게 직접 전화해 설득했다고 한다. 김 부부장검사는 이 총장이 22일 출근길에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수사팀을 겨냥한 말로 받아들였는데,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수사팀 책임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책임을 져도 당신이 아니라 내가 져야 한다' '일선 검사를 지키는 것이 내 원칙이다' '주임검사가 사건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이 김 부부장검사에게 전한 메시지는 '수사팀을 믿고, 마무리까지 책임지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이날 명품가방 수사팀과 점심식사 겸 회의를 갖고 '동요하지 말고 남은 수사를 철저하게 해서 잘 마무리하자'는 취지로 독려했다고 한다. 갈등 주체인 이 총장과 이 지검장이 '다툼보다는 수사에 집중하자'고 의견을 모은 셈이다. 명품가방 사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다음 달 중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결론 단계에서 이 총장과 이 지검장의 구원(조사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변수가 될 가능성은 있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던 사건인 만큼, 어떤 결론을 내든 그 근거를 도출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민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알선수재 성립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사실관계와 법리에 대한 철저한 검토는 필수다.
여기에 출장조사 논란으로 이미 수사 공정성에 흠집이 난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일각에선 이 지검장 요청 또는 이 총장 직권으로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심위는 검찰 외부 전문가들이 △수사 계속 여부 △영장 청구 여부△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