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9년 만에 최종 승소했다. 파견 근로자라도 원청회사(한국지엠)가 장기간 직접 지휘·감독을 했다면 직접 고용 의무를 져야 한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5일 한국지엠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98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을 낸 근로자들은 1차 또는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한국지엠의 부평·군산·창원 공장에서 일했다. 직접생산 공정을 포함해 서열·보급·방청·포장 등 간접생산 공정 업무에도 종사했다. 2015년부터 근로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지엠이 불법 파견으로 자신들을 사용했다면서,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취지의 소송을 내 왔다.
파견 근로자는 하청업체 소속이지만 현장에선 원청 지시를 받기 때문에 최대 2년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파견법상 2년을 초과하면 직접 고용해야 한다.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 업무에선 파견이 금지된다. 반면, 도급계약의 경우엔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실무상 '불법 파견' 문제는 표면적으론 도급계약을 맺고 실질적으로는 파견근로자로 사용하면서 불거진다.
해당 사건에서 1·2심 모두 근로자 승소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법원은 "간접생산 공정 업무에 종사한 원고들도 사내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한국지엠 사업장에 파견돼 한국지엠의 직접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날 대법원은 한국지엠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낸 다른 소송 세 건에 대해서도 유사한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이날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가 선고한 비슷한 취지의 다른 판결에선 일부 2차 협력업체 근로자의 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 해당 사건에서 1심은 파견관계를 인정했지만, 2심에서 뒤집혔다.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파견돼 직접 지휘와 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한국지엠의 생산 지시서와 작업서만으로 지휘·명령 여부를 단정할 수 없고, 1차 협력업체와 달리 2차 협력업체에 대해선 독자적으로 근태관리를 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이 옳다고 결론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