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선진국 과학자들이 대전을 찾아 우주탐사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5월 문을 연 한국 우주항공청이 여러 나라와 협력해 소행성이나 화성 탐사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 22일부터 대전 유성구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진행 중인 '행성과학과 우주탐사 콘퍼런스'의 일환으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인류는 왜 우주탐사를 추진하나'를 주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미국, 독일, 러시아, 이스라엘 등 우주 선진국에서 탐사 임무를 주도한 과학자들이 참석했다.
각국 연구자들은 '우주탐사는 고비용'이라거나 낭비라는 인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2,000억 원이 들어간 한국 달 궤도선 '다누리' 개발에 참여한 김은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탐사는 투자에 대한 수익이 분명하다. 단기간에 얻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말했다. 코너 닉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원은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위성이나 GPS 기술로 이어질 걸 알고 기초과학을 연구한 게 아니듯, 탐사 역시 실용적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거들었다.
우주탐사는 지구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오레그 콜라브레브 러시아 우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러시아는 화성, 금성 탐사에 썼던 기술을 지구온난화 해결에 이용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요하이 카스피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교수는 "다른 행성의 기후를 연구하면 지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각국 연구자들은 한국의 우주항공청이 주목할 만한 탐사 미션도 제안했다. 빈센트 연구원은 행성 방위를 들었다. "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에 매우 가까이 오는 2029년, 위성을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구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올 소행성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탐사 역량을 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 과학자들이 아포피스 탐사 계획을 세웠지만,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무산된 바 있다.
랄프 로렌츠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JHU-APL) 연구원은 "화성을 탐사하려면 기상 관측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20~30년 내에 화성 날씨 네트워크가 발전할 것"이라며 "관측소를 3, 4개 정도 만든다면 합리적인 투자와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기에 한국이 참여했으면 한다"고 권했다. 또 닉슨 연구원은 "우주탐사에서는 착륙, 항법, 통신이 특히 어렵다"며 "이제 막 태동하는 한국 우주항공청은 경험과 지식이 있는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을 필요가 있다"며 나사와의 협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