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대란 탓, 포천 500대 기업 7조 원 이상 손실 예상"

입력
2024.07.25 15:44
클라우드 보험사 패러매트릭스 분석
'대란 유발' 업체, 품질관리 실패 시인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마이크로소프트(MS)발 '정보기술(IT) 대란'이 미국 포천 500대 기업에 입힌 손실액이 7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번 대란에 원인을 제공한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사태의 주요 원인이 품질 관리 실패 탓이라고 확인, 막대한 손실금을 물어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한 손실보험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사 패러매트릭스는 24일 IT 대란으로 인한 포천 500대 기업들의 손실액이 약 54억 달러(약 7조4,850억 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500대 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체들의 경우 적게는 5억4,000만 달러에서 최대 10억8,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이 회사는 예상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부문은 의료 서비스가 꼽혔고, 은행과 항공이 그 뒤를 이었다. 앞서 파업 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 추산 연구 회사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대란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비용을 최소 10억 달러로 예상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배포한 보안 프로그램이 MS 윈도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대란 발발 직후 사고 원인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한 결과 콘텐츠 검증기가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를 걸러내지 못하고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품 배포 전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향후 몇 주 안에 사고에 대한 심층 보고서를 내는 한편, 제품 테스트 단계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원인이 내부적인 품질 관리 실패로 드러난 이상 이번 대란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들의 손해배상 청구 줄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테크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자체 조사와는 별개로, 사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한 미국 의회·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조지 커크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최고경영자에게 위원회 출석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 교통부는 23일 델타항공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델타항공은 18일 이후 타 항공사 대비 월등히 많은 6,500여 편의 항공편을 취소시켰는데, 왜 유독 피해가 컸는지 따져보겠다는 게 교통부의 방침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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