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형태의 '외골격(Exoskeleton) 로봇 슈트'를 개발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아이언맨 슈트를 입었을 때 힘이 강해지는 것처럼, 무거운 짐을 옮기는 노동자들이 착용하면 허리 부상은 줄이고 작업 능률은 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기계공학부·체육교육과 공동 연구진은 산업 현장 노동자의 신체 피로도를 낮춰주는 웨어러블(착용할 수 있는) 외골격 로봇 슈트 'BBEX'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24일 자에 발표했다.
무거운 짐을 드는 등 허리를 많이 사용하는 동작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요추염좌(허리 인대 손상)가 쉽게 생길 수 있다. 과거 허리를 보조하는 로봇 슈트가 개발된 적 있으나, 대개 허리를 굽히고 펴는 것과 같은 '대칭 동작'에 한해서만 도움이 됐다. 실제 노동 현장에선 허리를 한쪽으로 치우쳐 구부리거나 비트는 등의 '비대칭 동작'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로봇 슈트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척추 기립근의 구조와 기능에 주목했다. 척추를 양쪽에서 받쳐주는 척추 기립근은 몸을 양옆으로 구부리거나 한쪽에만 힘이 가해질 때 압력을 주변으로 분산시켜서 허리 통증을 완화해준다. 이에 로봇 슈트(BBEX)를 척추 기립근과 비슷한 형태로 설계했고, 그 결과 비대칭 동작을 할 때 척추와 허리 움직임을 보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인체에 직접 적용도 해봤다. 연구진은 20대 남성 11명을 모집해 BBEX를 착용했을 때와 착용하지 않았을 때 각각 비대칭 동작을 반복하게 하고, 등 근육과 관절 피로도, 척추 압력, 심박수 등을 확인했다. 그 결과 BBEX를 착용했을 때 척추와 허리에 가해지는 무게와 압력이 분산돼 신체 피로도가 감소함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박용래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기기를 착용했을 때 대부분의 지표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걸로 나타났다"면서 "아직 현장에서 착용하기엔 무겁기 때문에 경량화 작업을 거친 뒤 상용화하면 작업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