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여름휴가를 위해 23일 제주를 방문한 A씨는 체크인 과정에서 호텔 측으로부터 "오늘까지만 숙박이 가능하고, 내일부터는 (예약된 숙박 일정이) 일괄 취소될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A씨가 티몬을 통해 해당 호텔의 숙박을 예약했는데, 호텔이 최근 티몬으로부터 A씨의 결제 금액을 정산 받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호텔 측은 A씨에게 기존 티몬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받은 뒤, 남은 기간 숙박을 새로 예약하는 방안을 안내했다. A씨는 24일 제주 여행 커뮤니티에서 "당장 머무를 곳도 없고, 여행 계획이 틀어져서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며 울분을 토했다.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휴가철을 맞은 여행객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출발을 눈앞에 두고 여행사로부터 티몬·위메프에서 예약한 여행상품의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는 식이다. 여행사들은 대체로 소비자에게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여행사 자체 홈페이지나 다른 예약 플랫폼을 통해 재예약하라고 안내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런데 자금난 압박을 받고 있는 티몬·위메프가 여행상품을 취소한 소비자에게 제대로 환불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이유로 여행객들은 "2배의 비용을 내고서라도 여행을 가야 할지 고민된다"는 반응이 많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여행사에도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한 누리꾼은 "업체(호텔·티몬)끼리 싸움은 알아서 해야지 소비자에게 그대로 피해를 주는 게 맞나"라며 "티몬도 티몬이지만 저렇게 피해를 전가하는 업체들도 좀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티몬 대 여행사'의 문제를 '티몬 대 개인고객'으로 전가하고, 여행사는 예약을 유지해서 손해를 1도 안 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여행사들이 휴가 시즌을 빌미로 여행객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피해자들의 비판은 소셜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한 여행사도 피해를 함께 부담할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에게 취소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예정대로 여행상품을 진행하고, 커머스 측에 피해 구상권을 행사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실제로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중개의뢰자(판매자)는 통신판매중개자(플랫폼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대해, 통신판매중개자의 행위라는 이유로 면책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여행사 측은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이미 출발한 여행상품의 경우 정상 진행을 하는 곳들이 많다. 해당 상품에 대한 결제 미정산은 고스란히 여행사 피해로 돌아간다. 소비자들이 재결제 대신 예약 취소를 하게 되면 항공사 발권 수수료나 현지 호텔 보증금 등 비용을 떠안게 되는 문제도 있다.
하나투어 직원은 블라인드에서 "티몬·위메프가 할인 혜택이 좋아서 결제했으면 거기랑 직접 해결하는 게 맞지 이제 와서 여행사에 덤터기를 씌우려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티몬에서 삼성전자 TV를 구매해 놓고, 티몬이 부도가 나니까 삼성전자에 배송을 요구하는 식"이라고 비유했다. 참좋은여행 직원은 "고객들한테서 전화를 100통씩은 받은 것 같다. 답답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