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소재지만 치정극 아닌 '굿파트너', 왜 열광할까

입력
2024.07.26 08:30
이혼 변호사들 이야기 다룬 SBS 드라마 '굿파트너'
국내외 시청자들 호평 속 승승장구
비결은 실제 이혼전문 변호사 작가의 경험
3주 결방 마친 후의 기세는?

배우 장나라가 또 한 번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서로의 성장 자극제가 되는 워맨스 이야기 '굿파트너'는 첫 주부터 동시간대 1위를 잡고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 방송 중인 SBS 드라마 '굿파트너'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남지현)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회 7.8%로 시작해 4회 13.7%를 기록하면서 대세 흐름을 탔다. 시청률 지표가 불안정한 지금의 방송가에서 3회 만에 10%를 돌파했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다. 전작 '커넥션'도 10회에 다다르고 나서야 두 자릿수를 넘겼다.

이는 금토 전체 프로그램 동시간대 1위뿐만 아니라, 한 주간 방송된 미니시리즈 가운데 1위의 기록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공식 플랫폼인 펀덱스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굿파트너'는 7월 3주 차 TV 드라마 부문 1위, OTT를 포함한 통합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또, 종합 출연자 부문 화제성 순위에서 장나라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OTT 통합검색 및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의 오늘의 콘텐츠 통합 랭킹 드라마 부문·웨이브·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저력은 스피디한 전개에 있다. 이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러 에피소드가 빠르게 전파를 탔는데 변호사, 로펌 등 다소 식상한 소재임에도 흥미롭게 펼쳐졌다. 특히 '굿파트너'의 질주 때문에 토일극인 '감사합니다'는 일요일에만 힘을 쓰는 중이다.

'굿파트너'의 시원시원한 흐름은 작가인 최유나 이혼전문변호사의 필력에서 나온다. 최유나 변호사는 인스타툰 '메리지레드'과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그간 무려 1,700건의 이혼 소송을 다룬 경험이 드라마적으로 완성도 있게 구성됐다. 연출을 맡은 김가람 감독은 '굿파트너' 대본 첫 인상을 두고 "'사랑과 전쟁'이 돌아왔구나 싶었다. 진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싶었다. 이를 풀어내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공감하게 하느냐에 대해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맵고, 쓴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자극적이라고 느끼고 끝나면 안 된다. 우리는 이혼 권장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4회까지 나온 의뢰인들의 사연은 각각 다르다. 동반 캠핑을 하다가 불륜을 저지른 이들, 또 아내를 의부증으로 몰면서까지 바람을 피우는 남편, 폭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남편 등 익숙하면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불륜들이 전파를 탔다. 감독과 작가는 보는 이들이 수위적으로 과하다고 느끼는 것을 감안하면서도 이것이 현실임을 강조했다.

이는 최유나 변호사의 저서인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도 엿볼 수 있는 가치관이다. 최유나 변호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건강한 관계에 있어서 자신을 살피고 나서야 타인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굿파트너'에서도 면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유리는 과거 아버지의 불륜으로 고통받았고 이로 인한 콤플렉스로 이혼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한유리가 무조건적으로 아이의 양육을 의뢰인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면이나 차은경에게 이혼을 수시로 종용하는 장면이 예시다. 차은경은 17년차 이혼 전문 변호사이지만 정작 자신이 마주한 남편의 불륜에 침착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갈등을 겪는다.

불륜과 음모, 계략이 주 소재이지만 '굿파트너'를 치정극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가정을 해체하는 과정이 '굿파트너'의 주 골자다.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는 두 여성 변호사가 차선과 최선을 놓고 밸런스 게임을 벌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물론 두 주인공에게 성장해야 하는 덕목도 존재한다. 한유리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된 아버지의 불륜을 극복해야 하고 차은경은 남편과의 이혼을 해결해야 한다. 두 사람은 극 내내 이혼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추후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융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좋은 기세를 이어가는 '굿파트너'이지만 난관은 있다. 2024 파리하계올림픽 중계로 인한 3주 결방과 피오의 연기력 논란이다. 많은 드라마들이 결방으로 인한 시청률 하락을 면하지 못했는데 '굿파트너'는 하필 상승세에서 멈춘 것이다. 아울러 피오의 연기력 논란이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나왔는데 어색한 대사 소화나 캐릭터 싱크로율이 불편함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방 이후 '굿파트너'가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크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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