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라피더스' 도우려 차세대 반도체 지원법 준비

입력
2024.07.24 18:03
라피더스 개발 자금 44조 원 부족
정부 직접 대출 보증… 이례적 조치

일본 정부가 차세대 반도체 연구 개발과 국내 양산을 지원할 새로운 법률을 만들기로 했다. 일본 반도체업체 라피더스가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출 보증을 서는 방안을 법안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일본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홋카이도 지토세시 라피더스 공장 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반도체 산업 관련 법률 정비 방침을 밝혔다. 산케이는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대규모 양산을 위해 내년 정기국회 때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차세대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기존 제품보다 좁아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한국, 미국, 대만 업체가 기술을 개발 중이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미세한 공정은 대만 TSMC가 양산하는 3나노미터(㎚·1nm은 10억 분의 1m) 제품이다.

일본은 차세대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2022년 도요타, 기옥시아,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초기 자본을 대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일본 정부가 공장 건설 등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사실상 국영 기업에 가깝다. 내년 4월 2나노급 제품을 시험 생산하고 2027년에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정부는 이미 라피더스에 9,200억 엔(약 8조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차세대 반도체 양산에는 5조 엔(약 44조7,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자금 조달은 라피더스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융기관 대출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차세대 반도체 지원법까지 만드는 것은 사실상 라피더스의 자금 조달 길을 열어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교도는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변제를 보증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민간기업을 지원하고자 정부 보증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를 통해 반도체 강국 지위를 되찾고 싶어 한다. 일본은 1980년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할 만큼 반도체 선진국이었지만, 한국과 대만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 2019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약 10%로 추락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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