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달리기 안 시켜"… '얼차려 사망' 중대장, 유족에 거짓 해명 의혹

입력
2024.07.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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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중대장·유족 간 녹취 공개
"지시는 세 바퀴", 직전 군기훈련 생략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이 사고 직후 소식을 듣고 온 유족에게 가혹행위의 정도를 축소하는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사망한 박모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진 다음 날인 5월 24일 중대장 A(27·대위)씨가 유족들에게 사고 발생 상황을 전달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센터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A씨는 유족이 "연병장을 몇 바퀴 돌게 했냐"고 묻자 "제가 지시한 것은 세 바퀴였다"라고 답했다. 이때 빠른 속도로 선착순 방식으로 달리기를 시켰냐는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즉각 부인한 A씨는 "쓰러질 당시에 선착순 이런 걸 시키지 않았고 딱 세 바퀴만 열을 맞춰서, 제대로 맞춰서 같이 뛰어라, 이렇게 얘기했다"며 "속도 같은 거 통제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에 따르면 A씨는 당시 훈련병들의 군장을 책으로 채우고 연병장 두 바퀴를 보행하게 했다. 그러곤 완전 군장 상태로 선착순 한 바퀴를 뜀걸음(뛰다시피 빠르게 걷는 걸음)으로 돈 다음,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세 바퀴를 뜀걸음으로 더 돌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훈련병이 쓰러지던 당시 상황만 전달하고, 직전에 있었던 뜀걸음 한 바퀴와 팔굽혀펴기에 대해선 유족에게 숨겼다는 게 센터 측 주장이다.

센터는 중대장의 이러한 거짓말이 박 훈련병에 대한 의료기관의 적절한 조치를 방해했을 거라고 비판했다. 센터 임태훈 소장은 "중대장의 거짓말은 군의관에게도 전달됐을 것이고, 군의관은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환자 상황을 보고하여 후송 지침을 하달받았을 것"이라며 "유족을 기만하며 죄를 숨기려고 했을 뿐 아니라, 초기 환자 후송에 악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A씨와 부중대장(25·중위)은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며 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학대치사·직권남용가혹행위)로 지난 15일 구속 기소됐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