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예치금에 '4% 이자' 한밤중 철회 소동... 경쟁 과열

입력
2024.07.24 15:30
빗썸, 예치금 이용료율 2배 올렸다가
당국 '재검토' 압박에 6시간 만 철회
"운용수익보다 높은 이용료율 비합리적"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투자 예치금 이용료율을 종전의 2배인 연 4%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가 하룻밤 사이 철회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본격 편입되면서 고객 선점 경쟁도 과열되는 양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전날 오후 11시 58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준수를 위해 추가 검토할 사항이 발견됐다"며 전날 오후 6시 공지했던 '예치금 이용료율 연 4% 상향 조정' 방침을 취소했다. 빗썸 이용자가 받는 예치금 이용료율은 연 2.2%로 되돌림 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및 관련 감독규정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증권사처럼 투자 예치금 운용수익의 일부를 이용자에게 예금 이자처럼 돌려줄 수 있게 됐다. 거래소가 은행에 투자 예치금을 맡기면, 은행은 예치금을 운용해 해당 수익 중 일부를 거래소에 돌려주고, 거래소는 그중 일부를 다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빗썸은 은행으로부터 받을 예상 운용수익 연 2%에 2%를 더 얹어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할 예정이었다. 연 4%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이날 기준 연 3.35~3.45%)는 물론, 주요 증권사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정(CMA) 수익률(연 3% 안팎)보다 높다. 빗썸 측은 전날 "이용자에게 많은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빗썸이 6시간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은 금융당국의 "재검토" 주문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국은 이날 오전 빗썸 등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 코인원, 코빗, 고팍스) 재무담당자 회의를 열어 법규 준수를 당부하며, 현재 예치금 수준이 가상자산업감독규정 제5조에서 규정한 '운용수익, 발생비용 등을 감안한 합리적 산정'이라고 볼 수 있는지 자체 검토하라고 밝혔다. 운용수익을 초과하는 이용료율 산정에 당국이 어깃장을 놓은 셈이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뉴욕 증시 상장, 업계 숙원이던 가상자산이용자법 제정·시행 등 잇따르는 호재를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다 보니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가상자산업권은 비트코인이 전고점을 찍었던 2021년 이후 2년간 침체기(크립토 윈터)를 맞아 고전해왔다. 가상자산이용자법 시행 직후인 19, 20일에도 주요 거래소는 예치금 이용료율을 1%대에서 2%대로 경쟁적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잇단 소동이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주요 거래소가 사업자 라이선스(면허) 갱신을 앞두고 있는 데다, 가상자산업의 세부 규정을 다루는 2단계 법도 제정이 진행 중"이라며 "이런 식으로 자꾸 소음이 발생하면 업계에 도움이 될 일이 없다"고 우려했다.

윤주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