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일부를 잃는 것보다 더 큰 것을 잃고 사는 사람들도 많은 걸요."
호주 필드하키 대표팀 매슈 도슨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위해 깁스 대신 손가락 절단을 택한 뒤 한 말이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호주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안 등 외신에 따르면, 도슨은 파리 올림픽 개막을 2주 앞두고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었다. 깁스를 하면 치유가 가능한 단순 부상이지만, 문제는 깁스를 할 경우 하키 채를 쥐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서 훈련은 물론, 올림픽 출전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1994년생으로 올해 30세인 도슨에게 이번 올림픽은 포기할 수 없는 기회다. 도슨은 결국 깊은 고민 끝에 깁스 대신 손가락 절단을 택했다. 그는 "의사와 상의했는데, 올림픽 출전뿐만 아니라 올림픽이 끝난 이후의 삶을 생각했을 때도 절단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도 대단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설렘이 가득한 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너무 과격한 결정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선 "손가락 윗부분을 잘라내는 게 내겐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며 "손가락 일부를 잃는 것보다 더 큰 문제를 겪는 사람도 많다. 나는 손가락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니 다행이다"라고 안심시켰다.
콜린 배치 호주 남자하키 대표팀 감독도 뉴욕포스트 등 외신을 통해 "도슨의 결정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헌신적"이라며 "(같은 상황에서)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도슨을 추켜세웠다. 손가락 일부를 절단한 도슨은 현재 훈련에 복귀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호주 하키 대표팀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독일을 5-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지만, 벨기에에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슨은 당시에도 대표팀으로 대회에 출전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앞서 6년 전에는 하키 채에 눈 부위를 잘못 맞아 실명 위기를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