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세포 속 '리소좀'에 담긴 날씬 몸매의 신비

입력
2024.07.24 19:00
25면

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 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련 지식을 해설한다.


리소좀, 세포 단백질 제거기관
프로테아좀도 TPD 기능 수행
암, 치매 등 난치병 치료 활용

사람 세포는 흔히 약 30㎛(약 0.03㎜) 정도의 지름 또는 길이를 가진 구체나 정육면체로 언급되곤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세계가 존재한다. 우선, 실처럼 쭉 펼칠 수 있다면 약 2m 길이에 달하는 DNA가 꼭꼭 뭉쳐져 담겨있는 약 5㎛ 크기의 핵이 존재한다. 인간이 출현하기 훨씬 이전인 20억 년 전부터 진핵 생물과 공생을 해온 약 2㎛ 크기의 미토콘드리아들을 포함한 다양한 세포 소기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서울을 하나의 세포라고 가정하자. 서울의 남북 간 거리를 약 30㎞라고 본다면, 세포핵은 경복궁역에서 삼각지역까지 5㎞의 거리를 지름으로 하는 구체(球體)라고 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서초역에서 강남역 정도의 크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보면 그 작은 하나의 세포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몸 세포 안에서는 항상 무언가가 만들어지거나 세포 외부와 물질을 소통하고 있다. 서울시 내부에서 다양한 생산활동이 이뤄지고, 그에 필요한 물질이 도로와 철도로 다양하게 유입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이때 애초에 잘못 만들어졌거나 용도가 다했거나 변형이 일어난 단백질 처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인간 사회에서는 쓰레기 처리에 공해가 발생하지만, 우리 세포는 제거해야 할 단백질들에 맞춤 표지만 붙이면 리소좀과 프로테아좀이라는 소기관이 깔끔하게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리소좀은 엽록체나 미토콘드리아처럼 막으로 둘러싸여 별도 소기관으로 존재하는 시스템이며 그 안에는 각종 분해 효소들이 들어있다. 분해 효소들은 리소좀 안으로 들어오는 물질들을 분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리소좀과는 달리, 프로테아좀은 단백질들의 커다란 복합체이며 별도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소기관은 아니다. 다만 특정 표식이 붙은 단백질을 원통 모양의 복합체 속으로 끌어당겨 분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 분해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으나 이미 그 활용은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바로 '표적 단백질 분해'(TPD: Target Protein Degradation) 기술이 그것이다.

TPD의 선구자는 '프로탁'이라는 기술인데, 세포가 제거 대상 단백질에 '유비퀴틴'이라는 작은 단백질 표식을 붙이면 프로테아좀이 제거 대상 단백질을 인지하고 원통 구조 속으로 빨아들이는 원리를 이용한다. 우리가 제거하고자 하는 질병의 원인 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붙이기만 하면, 프로테아좀이 저절로 인지하고 제거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오토탁'이라는 기술도 있다. 특정 단백질을 리소좀 안으로 보내기 위해서 '오토파지'라는 일련의 과정을 활용하게 되는데, '오토파지' 과정은 세포 내에서 불필요해진 구성 성분들을 스스로 파괴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이다. 이 기술을 연구한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2016년 노벨상을 수상하였고, 간헐적 단식을 통한 체중 감량 원리로 자주 언급되기도 하는 현상이다.

프로테아좀이 유비퀴틴이라는 표식 단백질을 이용해 제거 대상 표적을 인식하는 것처럼, 오토파지는 p62라는 단백질을 표식으로 삼는다. 파고포어라는 과정을 거쳐 오토파고좀이 형성되고 이후 리소좀과 융합하여 리소좀 안에서 대상 단백질의 분해가 일어나게 된다. 프로탁이 제거 대상 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부착시키기 위해 E3라는 단백질과 제거 대상 단백질을 이종접합 결합체를 이용해 연결하듯이, 오토탁은 제거 대상 단백질과 p62라는 단백질을 이종접합 결합체를 이용해 연결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인체는 거대한 화학공장과 같다. 화학공장을 작동시키는 정교한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응용할 수만 있다면, 암이나 치매 그리고 파킨슨병 같은 난치성 질환 치료에도 큰 진전이 기대된다. 이 시간에도 지구촌 분자생물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환석 유전자 라이프 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