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규모화보다 산업화... 주거공간도 재정비해야"

입력
2024.07.25 04:30
11면
<전문가 종합 토론회>
김태연 "농업 규모화 아닌 산업화 필요"
조영재 "지역 특성·수요 반영한 차별화를"
오형은 "이주 청년 도울 '지역 주체' 육성"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한국일보가 22일 ‘힘쎈 충남, 농업ㆍ농촌을 혁신하다’를 주제로 개최한 ‘미지답 포럼’에서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위기에 놓인 한국 농업·농촌의 혁신과 개혁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좌장인 김한호 서울대 교수가 진행한 토론회에서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농업발전 정체는 농민 연령의 문제보다 농업이 산업적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연계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생산의 규모화보다는 농업의 산업화를 추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업 목적의 농업생산 주체를 육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농지 소유와 임대가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산업화가 어려운 중소 규모 농가는 생계 수준의 농업활동을 하면서 농촌관광 등 지역사회 협력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차별화 방안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의 농촌발전은 지역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지역별 특성과 경험을 고려한 농촌발전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률적 지침과 지표가 아닌, 지역민 요구와 도시민의 수요, 산업적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시장지향적 농촌공간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재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농촌 소멸에 대응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재정립과 통합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인구감소와 농촌 소멸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종합적인 정책 로드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농촌 난개발과 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농촌공간 재정비와 재개발 필요성도 언급했다. 지방정부 역할과 관련해선 "중앙정부와 협력해 농촌 소멸 실태 모니터링을 하고, 차별화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도시민의 수요 변화와 국토 정주공간으로서의 수요에 부응해 전원생활, 세컨드하우스, 농촌 체험·체류 공간 조성 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형은 ㈜지역활성화센터 대표는 "다양한 농촌지역 생활 서비스 전달방안이 시도되고 있지만 고령자의 이용과 관리, 비용 지출 등에 어려움이 있다"며 저밀도 생활서비스 구축을 위한 스마트 기술 상용화와 실용화를 과제로 꼽았다. 농촌 공간계획 재구조화를 위해서는 "토지 이용 규제와 완화, 수용과 보상 등의 실현 방안, 정주 여건 마련을 위한 통합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농촌형 창업과 창직(일자리 만들기)을 위한 농촌창업지구 육성, 지역자원 기반의 창업자 정착과 안정화 지원방안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촌 소멸 대응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청년 이주와 관련해선 "단계별 이주 청년 지원, 청년들의 지역사회 관계망 구축, 청년과 지역을 매개할 지역 주체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헌 인천대 교수는 "농업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농지 매매와 임대차 계약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8년 이상 자경농에게는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데, 땅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기대해 내놓지 않아 '매도'를 조건으로 하는 농민 은퇴 촉진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어떤 사람이 농지를 매입하고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 등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땅 가진 분들이 농사는 안 지으면서 직불제 등 혜택을 받으려고 임대차 노출을 꺼리는 것도 문제"라며 "농지 매매와 임대차 등 공급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