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대표에 한동훈 후보가 선출됐다. 한 신임 대표는 62.84% 득표율로 경쟁자인 원희룡ㆍ나경원ㆍ윤상현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섰다. 과반 득표율로 승부를 끝낸 한 신임 대표는 ‘친윤ㆍ비한’ 후보들의 협공을 물리치고 대세론을 증명했다. 4월 총선에서 ‘구원투수’인 비대위원장으로 투입돼 패배한 이후 100여 일 만에 정치 전면에 재등장한 것이다.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에도 장동혁ㆍ진종오 등 ‘친한’ 후보들이 당선됨에 따라 윤석열 정권 탄생 2년이 지나 변화된 여당 리더십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승리했지만 국민의힘은 '분당 대회'라 할 만큼 과열된 경쟁으로 치명적 갈등을 양산했다. 그로선 ‘배신자 논쟁’과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취소 부탁 다툼까지 무차별 비방으로 얼룩졌던 당내 분열을 봉합하고 치유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의미는 윤 대통령과 충돌을 불사한 '한동훈 후보'의 당선 그 자체다. 대통령실이 주도한 일련의 당정관계와 4월 총선 참패에 이르기까지, 당원과 국민은 집권당의 변화를 선택했다. 낮은 국정지지율과 국정난맥에 실망한 보수지지층이 대안을 모색했다는 대목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한동훈호 여당’은 민심에 적극 부응하고 민생을 주도적으로 챙기는 새로운 집권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당정 관계에서 더 이상 ‘여의도 출장소’가 되거나 정국 현안에 입장을 하명받는 여당으로 존재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역대 어느 정권도 경험하지 않은 임기 중반 당정 불안을 잉태한 딜레마를 안게 됐다. 한 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국민 눈높이에 반응하라는 명령”이라며 “경쟁한 분들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대표 측과 대통령실은 올 1월 명품가방 수수의혹 대응방향,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 3월엔 이종섭 주호주대사ㆍ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퇴 문제로 충돌했다. 향후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 문제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대통령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지금 당정이 긴장관계로 시간을 소진한다면 국정동력은커녕 국민과 국익을 해치는 파국의 연속일 것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과의 관계회복 및 당 혁신 난제 해결 모두 이뤄내야 한다. 대내외적 ‘싸움닭’ 기질을 지양하고 야당과 실질적 대화도 복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실을 무겁게 인식하고 비상한 각오로 민심을 회복하는 정치의 길을 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