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섹스토이 허용해 세수 확보?… 태국 야당 합법화 추진

입력
2024.07.24 04:30
제1 야당 전진당 "형법 개정안 제출"
"성 산업 양지로 올려 투명하게 관리"
경찰·보건부 등 우려, 시행은 미지수

태국에서 성인용 완구(섹스 토이) 이용과 음란물 제작 합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의 제재에도 암시장에서 밀수·밀매, 불법 유통이 끊이지 않자 산업을 양지로 끌어올려 투명하게 관리하고, 세수 확보 등 경제적 효과를 얻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23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제1 야당 전진당은 음란물(포르노)과 섹스 토이 등 성인 엔터테인먼트 관련 산업을 금지하는 형법 287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로, 오는 8월 하원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태국에서는 18세 이상의 음란물 소유는 허용하지만 제작과 유통은 금지하는데 이를 허용하고, 성인의 섹스 토이 판매·구매도 가능하게 하는 게 개정안 핵심이다. 다만 성폭력, 소아성애 등을 묘사하는 영상·이미지는 금지된다. 미성년자의 성인 콘텐츠 제작도 제한된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성(性)은 금기시되는 주제다. 성매매는 물론, '리얼돌(사람을 형상화한 성기구)' 등 성 관련 용품 판매도 불법이다. 성인용품 판매 적발 시 최대 3년의 징역형 또는 1,800달러(약 24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제재에도 불구하고 관련 산업은 음지에서 성행하고 있다. 태국 관세청이 2020년 압수한 섹스 토이만 4,000개가 넘는다. 성 산업이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노동자도 25만 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차라리 산업을 양지로 불러와 법적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세수를 확보하는 편이 낫다는 게 전진당의 주장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타이피폽 림짓트라콘 의원은 “문제를 수면 아래에 두기보다는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모니터링하는 편이 낫다”며 “법에 따라 통제하면 국민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방콕포스트에 말했다.

2019년 이후 전 세계에서 성인용품 시장이 매년 7%씩 증가세를 보이며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여겨지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특별한 주장은 아니다. 지난해 2월에는 태국 농업부 장관이 자국 고무 산업 수익 극대화를 위해 리얼돌 등 성 관련 시장을 활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진당 제안에 또 다른 야당이자 보수 성향 정당인 민주당도 힘을 보탰다. 라차다 타나디렉 민주당 의원은 “섹스 토이 등을 합법화할 경우 공급 업체에 세금을 부과해 국가 수익을 늘릴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성 관련 산업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 성향을 뛰어넘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법안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태국 왕립경찰은 “음란물에 쉽게 접근할 경우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보건부는 “미성년자가 성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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