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어퍼컷' 없이 입장한 尹...한동훈과 어색했던 '3초 인사'

입력
2024.07.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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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의 연호 유도에도 당원들 '미적지근'
한동훈 입장 때 열광적인 분위기와는 대조
개표 결과 발표 때도 '팀 한동훈'에 관심 집중

"다시 대한민국! 다시 코리아!"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1호 당원' 윤석열 대통령이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 차림을 하고 2년 연속 전당대회를 찾았다. 윤 대통령의 등장에는 월드컵 응원가를 연상케 하는 힘찬 북소리, 정부 슬로건인 '다시 대한민국'을 외치는 음악이 함께했다. 극적인 승리를 일궈낸 2022년 대선을 상기할 당시 '기호 2번 윤석열' 공식로고송 'KOREA'도 재생됐다. 윤 대통령은 "윤석열 일어나자, 윤석열 승리하리라" 가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손을 들어 행사장을 가득 메운 대의원들을 향해 인사했다.

사뭇 당당한 발걸음이었지만, 지난해와는 조금 달리 차분한 분위기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1만 당원의 열광적인 연호를 받으며 '트레이드마크'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사했다. 사회자가 '윤석열' 연호를 수차례 유도했지만, 윤 대통령과 거리가 먼 곳에선 연호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당원들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윤 대통령 역시 입을 꾹 다물고 조금은 굳어진 표정으로 전당대회 후보들과의 인사를 이어갔다.

반면 윤 대통령에 앞서 입장한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겐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듯, 가장 뜨거운 환호성을 얻은 사람은 단연 한 후보였다. 당원들은 행사 초반 한 후보가 '불끈' 쥔 손을 하늘로 치켜들며 등장하자 일제히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관심을 모았던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만남은 건조하게 끝났다. 윤 대통령은 내빈석 1열에 서 있던 최고위원 후보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이어 한 후보를 마주했다. 한 후보가 먼저 상체를 살짝 숙여 인사했고, 윤 대통령은 별말 없이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한 뒤 지체 없이 이동했다.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 후보와도 똑같이 짧게 인사했다. 정확히 반년 전 충남 서천군 화재 때 연출됐던 한 후보와 윤 대통령 사이 '90도 인사'나 '토닥거림' 같은 각별한 장면은 없었다.

연단에 오른 윤 대통령은 격정적인 어조로 축사문을 읽어내려갔다. 윤 대통령이 "당의 주인은 바로 당원 동지 여러분",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도약시키려면 단결된 힘이 필요하고, 이것이 우리 당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라며 목소리를 높일 땐 장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축사 후 곧바로 다음 일정 장소로 이동했다.

'팀 한동훈' 발표마다 환호... 굳어진 羅·元

당원들 관심은 한 후보와 러닝메이트인 '팀 한동훈'의 성적에 쏠렸다. 서병수 당 선거관리위원장의 결과 발표는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당대표 후보 순으로 차분하게 이뤄졌다. 다만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후보, 장동혁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 한 후보의 득표율이 발표되는 순간,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그 중 화룡점정은 한 후보가 32만702표(62.8%)라는 압도적 득표로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당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한동훈'을 연호했고, 서 선관위원장은 최종 선언에 앞서 청중들을 향해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축하의 미소를 보였고, 나 후보와 원 후보는 제법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번 4차 전당대회 콘셉트를 '젊은 정당' '온라인 정당' 'AI 시대를 주도하는 정책정당'으로 잡고, AI 사회자 '힘이'의 보조로 행사를 진행했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등 역대 대통령 AI 복원과 후보별 AI 일문일답도 준비됐다.

나광현 기자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