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노래 부르다 울어버린 75세 가수 정미조...새 앨범 '75' 들고 컴백

입력
2024.07.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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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75' 발표...이효리·존박 등과 듀엣곡 
"앨범 제목은 내 나이...새 시작 될 수도"
"후배들과 노래하니 내 목소리 새로 발견"

“아니, 대표님, 가사를 왜 그렇게 썼어.”

이달 17일 방송된 EBS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에서 신곡 ‘엄마의 봄’을 부르던 가수 정미조는 연거푸 목이 메어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자 애꿎은 소속사 대표를 나무랐다. 이주엽 JNH뮤직 대표가 이 곡의 가사를 썼다. “햇살 부서지던 어느 환한 봄날”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노래로, 가수 이효리와의 듀엣 곡이나 이날은 혼자 불렀다. 정미조는 “내가 가사를 쓴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했다.



"어릴 적 돌아가신 엄마 떠올라 펑펑 울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정미조는 “'엄마의 봄'을 연습하고 녹음하면서 펑펑 울었다”면서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너무 그리웠는데 노래가 선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엄마가 사라진 후로 ‘엄마’라는 단어를 쓰지 못했는데, 이 노래 가사엔 엄마가 계속 나와요. EBS 녹화 때 엄마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잠깐 스치는 생각만으로도 목이 메더라고요."

‘엄마의 봄’은 정미조가 4년 만에 발표한 앨범 ‘75’에 실렸다. 제목은 그의 나이다. “(처음엔 제목에 반대했지만) 제 나이에 신곡으로만 앨범을 내는 가수가 거의 없다는 말에 그러자고 했죠. 마지막으로 내는 앨범이라고 여기고 작업을 시작했어요. 녹음할 땐 너무 힘들었는데 끝나고 들어보니 그런대로 괜찮더군요. ‘75’가 또 다른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네요.”


12곡 중 7곡이 듀엣곡...이효리 존박 김민석 하림 등과


앨범엔 12곡이 담겼다. 고전적이면서도 우아한 재즈풍의 곡이 주를 이루는, 어른을 위한 음악이다. 그중 7곡을 후배 가수들과 함께 불렀다. 이효리, 존박, 그룹 멜로망스의 김민석, 그룹 라포엠의 유채훈, 하림, 손태진, 강승원이 참여했다. 앨범을 기획한 이 대표와 재즈 음악가 손성제가 머리와 가슴을 맞대 완성했다. 정미조는 “후배들과 작업하다 보니 ‘내 목소리에 이런 게 숨어 있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았다”면서 “예전엔 목소리가 허스키한 편이었는데 후배들 기운 덕인지 젊었을 때처럼 낭랑해졌다”고 말했다.

“비바람 불던 폭풍 속에서/너울져 치던 파도 속에서/거칠게 떠오른 태양 아래서/뜨겁게 타올랐던 청춘을/다 위로하노라”라는 가사의 ‘노라’는 정미조가 혼자 부른 곡으로 앨범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싱어송라이터 이규호가 가사와 선율을 썼다. 세월이 축적한 복잡한 감정을 응축시킨 정미조의 담담한 가창이 희망과 위로를 건넨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이 곡을 “올해 최고의 곡 중 하나”라고 평했다. 정미조는 “수록곡 중 녹음할 때 가장 많이 반복해서 부른 곡”이라면서 “가사에 담긴 감정을 딱 맞게 표현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음악으로 크게 이루고자 하는 욕심 없어"

정미조는 1972년 이화여대 서양화과 재학 시절 학교 축제에서 노래하다 가수 패티김의 눈에 띄어 졸업과 동시에 가수로 데뷔했다. 김소월 시에 선율을 붙인 데뷔곡 ‘개여울’과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그리운 생각’ 등의 명곡을 냈다. 그는 돌연 음악을 접었다. 1979년 은퇴를 선언하고 프랑스 파리로 미술 유학을 떠났고, 귀국한 뒤엔 22년간 수원대 강단에 서며 화가로 활동했다. 음악은 다시 그를 불렀다. 2016년 가수 최백호의 권유로 은퇴 37년 만에 복귀해 앨범 '37년'을 냈다. 이 앨범은 올 초 EBS '스페이스 공감'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선'에 꼽혔다.

최근 몇 년 사이 음악은 정미조를 더 바짝 끌어당겼다. 시력이 나빠져 색을 쓰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드로잉만 한다는 그는 미술과 거리가 조금 멀어진 대신 음악과 더 가까워졌다. 그에게 음악은 목표가 아니라 '그냥 하는 것'이다. “음악으로 더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듣는 분들이 제 노래를 사랑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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