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친분 과시에 '미련 부풀리기'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우리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며 "조미(북미)관계는 미국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김 위원장 관련 발언에 반응을 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논평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과 관련해 "북미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며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양당 간의 엎치락뒤치락으로 난잡스러운 정치풍토는 어디 갈 데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또한 과거 클린턴 정부에서 미국과 맺은 북미기본합의서가 부시 행정부 들어 파기된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을 "국가 간 조약이나 합의도 순간에 서슴없이 뒤집는 정치후진국"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신의 없는 나라"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불순한 기도가 깔려있는 대화, 대결의 연장으로서의 대화는 애당초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핵전략자산을 때 없이 들이밀고 첨단무장장비들을 증강하며 핵작전운용까지 예견한 빈번한 침략전쟁 시연회들을 광란적으로 벌리면서 무슨 대화요, 협상이요 하는 낱말들을 아무리 외워댔자 우리가 믿을 수 있겠나"고도 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적 친분은 인정했다. 통신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정상)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며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19년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등 모두 세 차례 만났다. 통신은 "북미대결의 초침이 멎느냐 마느냐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렸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논평 형식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고 보인다"며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변경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