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23일 임금협상을 위한 본교섭을 다시 시작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을 시작한 지 보름 만이다. 창사 이래 55년 만에 총파업 사태를 맞은 삼성전자 노사가 어렵게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임금 인상률 등 쟁점 사안에 대한 입장은 좁히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제9차 임금교섭 협상에 돌입했다. 전삼노 측에선 손우목 위원장과 간부들이 참여했고 사측에선 교섭위원(인사·노사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전삼노는 △기본 임금 인상률 3.5%를 포함한 평균 임금 인상률 5.6%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달성장려금(TAI) 제도 개선 △노조 조합원 파업 참여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 중이다. 반면 사측은 임금 인상률 5.1%를 고수하고 있다.
'생산차질'을 목표로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전날 조합원 1,200여 명을 동원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열었다. 손우목 위원장은 기흥캠퍼스 8인치 반도체 6~8 생산라인 설비 가동률이 18%까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 4만7,000여 명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세를 과시했다. 전삼노 조합원은 약 3만4,700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5,000명의 27%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이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DS) 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노사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사이 파업 장기화에 따른 삼성전자 경쟁력 악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등 글로벌 반도체 강국의 산업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번 파업이 회사 신뢰도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거란 지적이 나온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전날 정례회의에서 "노사 문제는 이제 삼성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대만 TSMC에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내줬고, 인공지능(AI) 분야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선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선 1위 TSMC와 50%포인트 넘는 격차로 뒤처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