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과시하는 집권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남성 간의 깊은 우정)가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를 노린 술수일 공산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 최고위 안보 참모에 의해서다.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 허드슨연구소(미국 싱크탱크) 일본 석좌는 22일(현지시간) ‘침략자의 축 억제하기’를 주제로 연구소가 연 온라인 대담에서 “트럼프가 (11월 미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김정은은 브로맨스를 재점화하려 시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맥매스터 석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제안할 법한 거래는 이런 식이다.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킨다. 이는 미국의 대외 개입을 최소화하고 싶은 트럼프의 욕망도 반영된 조치다. 더불어 김 위원장이 몇 개 정도는 핵무기를 갖고 있을 수 있도록 트럼프가 눈감아 준다. 그러면 그 대가로 김 위원장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을 제한한다.
맥매스터 석좌는 “그(김 위원장)가 바라는 것(교환)을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진심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그에게는 전략적인 고려가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동적 결정에 반대하다 발탁된 지 불과 약 1년 만에 경질된 경험이 있다. 그는 ‘트럼프 리스크’를 잘 알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전날 미시간주(州) 유세 때 잇달아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 핵무기를 많이 보유한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북핵 용인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을 자국 근처에서 멀리 내쫓는 것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이란 등 그가 규정하는 ‘침략자 축’의 공통 목표라는 게 맥매스터 석좌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을 한반도에서 나가게 하는 것은 북한 목표인 ‘적화 통일’의 첫 단계”라며 “미국을 핵심 지역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할 경우 중국, 러시아, 이란은 각각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배타적 우선권 확보, 강대국 위상 회복, 중동 내 패권적 영향력 확대 같은 숙원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4개 권위주의 국가의 성취가 미국 및 미국의 동맹국에는 재앙에 가깝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같은 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과 그에 따른 동맹 관계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들을 어떻게 안심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 데다 일관된 원칙들이 있는 만큼 (그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여가 바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안심시키고 있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