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수출 효자"...美 전력망 슈퍼사이클 타고 폭죽 터뜨린 전력 기자재 업체들

입력
2024.07.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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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나비효과...국내 관련 기업 실적 고공 행진
주가도 급등...LS일렉트릭 8월 MSCI 편입 기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력망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 전력 기자재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여러 호재가 맞물리면서 최근 전력 기자재 업체의 실적도, 투자도 급증했는데 앞으로 더 잘될 거라는 기대 심리로 주요 업체의 주가는 올해에만 두 배 이상 올랐다. 정부도 올해 전력 기자재 산업 목표를 수출액 162억 달러, 수주액 20조 원으로 잡고 지원책을 내놨다.

23일 HD현대일렉트릭은 2분기(4~6월) 매출액 9,169억 원, 영업이익 2,100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42.7%, 영업이익은 257.1%가 늘었다. 시장 예상을 웃돈 깜짝 실적에 이날 HD현대일렉트릭 주가는 17.69% 오른 34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닷새 전 2분기 실적을 알린 LS에코에너지는 매출 2,326억 원, 영업이익 147억 원으로 상장 후 최대 성적을 냈다. 계열사 LS일렉트릭이 25일 실적 발표를 예고했는데 최대 실적을 낸 지난해 2분기(매출 1조2,018억 원, 영업이익 1,049억 원)와 비슷한 수준(매출 1조1,380억 원, 영업이익 928억 원)이 예상된다. 연간 전망치는 지난해 영업이익(3,249억 원)을 넘는 3,579억 원이다.

전력 3대장 중 하나인 효성중공업도 올봄 홍해 항로 물류 차질로 유럽, 중동 전력기기 납품이 늦춰져 2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지난해 2분기와 비슷한 수준(매출 1조2,581억 원, 영업이익 854억 원)이지만 그만큼 하반기 수익성은 좋아질 거란 기대가 많다.

준수한 실적과 전력 기자재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 기업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두 배가량 올랐다. 대장주 HD현대일렉트릭은 5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편입됐고 LS일렉트릭도 8월 편입이 유망하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전력기자재 시장 호황...장기적일지는 지켜봐야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적자, 전국 곳곳의 송전탑 건설 반대 등으로 국내 전력 기자재 시장이 수년째 불황을 이어가는데도 이들 업체의 실적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건 '전력망 슈퍼사이클'로 불리는 미국발(發) 훈풍 덕이다. 먼저 미국, 일본 등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시설과 데이터센터(IDC)가 들어서면서 여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과 변압기 등 설비 수요가 덩달아 늘었다. 게다가 미국, 유럽의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격히 늘면서 전력망이 더 필요해졌다. 여기에 미국, 유럽 전력망의 70%가량이 1970년대 세워져 노후 전력망을 바꿀 시기가 맞물렸다.

이렇다 보니 전력 기자재가 우리나라 수출 품목 10위권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전력 기자재 수출액은 2020년 111억 달러에서 2021년 120억 달러→2022년 138억 달러→2023년 151억 달러로 바이오헬스(133억 달러·11위), 이차전지(98억 달러·13위) 수출액을 넘었다. 올해는 162억 달러 수출이 예상된다. 산업부는 전력 기자재 품목 우대프로그램으로 올해 2조7,000억 원의 무역보험을 공급하고 전력 기자재 수출 촉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호황이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관련 주가가 많이 올라 조정을 받는 상태"라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재생에너지 지원책이 바뀔 수 있고 미국도 우리처럼 송배전망 공사에 주민 반대가 적지 않아 계획대로 건설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노후 전력망 교체에서 비롯된 호재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산업부 관계자도 "전력 기자재를 15대 수출 품목으로 편입할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일시적 호황인지 장기적 추세인지는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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