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원인 규명될까... 제조사 자료 안 내면 결함 추정

입력
2024.07.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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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관리법 개정안 내달 시행
급발진 의심 사고, 제조사 책임 강화

앞으로 급발진 의심 사고가 일어나면 자동차 제조사는 결함 조사용 자료를 정부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자료 미제출 시 차량에 결함이 있다고 추정하도록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결함이 인정되면 정부가 해당 차종에 리콜(무상 수리 등 시정 조치)까지 명령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다음 달 14일부터 시행된다고 23일 밝혔다. 개정안은 같은 종류의 자동차가 운전자 뜻과 다르게 작동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을 때 자동차·부품 제조사가 정부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차량 결함을 추정하도록 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 피해자 등이 자료와 전문지식이 부족해 제조사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제조사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가 시행되는 것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제조사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차량 결함으로 추정하도록 한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전에는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했어야만 결함 추정이 가능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는 제조사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도 포함됐다. 제조사가 차량에 첨단기술이 도입된 안전장치 설치를 무상 지원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면 법 위반 시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경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아울러 침수 차량 불법 유통 과태료 기준을 신설했다. 자동차가 침수됐다는 사실을 고지하는 의무를 위반한 사람은 일정 기간 매매업체 고용이 금지되며, 이런 사람을 고용한 매매업자에게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된다. 침수로 인한 전손처리 자동차의 폐차 요청을 하지 않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는 기존 100만∼300만 원에서 200만∼1,000만 원으로 높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확실히 결함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고 상황에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빼고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차량에 결함이 있다고 인정되면 제조사에 리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르지 않는 제조사에 과징금 부과도 가능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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