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反청년 선언

입력
2024.07.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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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한국일보에 기고(7월 15일 자)한 '이재명 대표의 反청년 선언'은 사실의 왜곡과 오도가 상당하다. 여기서 인용한 국제통화기금(IMF) 2024년 4월 재정점검보고서의 일반정부 기준 재정 상태를 기준으로 따져보자.

대한민국 재정이 '초위기' 상황이라 한다. 2023년 G20 평균 총재정수지(overall balance)는 –6.6%다. 한국은 –1.0%다. 국가부채율에서 G20 평균은 121.1%, 한국은 55.2%다.

오 시장은 IMF가 국제비교를 위해 별도 집단으로 제시하지도 않고, 대표성도 빈약한 비기축통화국 13개국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가부채 수준이 네 번째로 높다고 한다. 설득력이 약하다고 느꼈는지, 오 시장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빚의 가파른 증가 속도'라고 덧붙인다.

우리나라 국가부채율은 2019년 42.1%에서 2021년 51.3%로 9.2%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 보건·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G20은 같은 기간에 14%포인트 증가했다. 미래 전망에서도 IMF 보고서는 한국의 국가부채가 G7이나 G20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 시장이 외면했으나 자신의 주장과 관련해 중요한 수치는 따로 있다. 오 시장이 재정 규율 모범국으로 제시한 스웨덴은 GDP의 47.2%를 정부 지출로 쓴다. 당연히 사회복지 지출이 최대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GDP 대비 47.1%에 이르는 국민부담률이다. 또 다른 모범국가로 제시된 영국의 재정지출 비중도 44.7%다. 한국의 재정지출 비중은 스웨덴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24.9%, 국민부담률은 절반을 약간 밑도는 23.9%다.

길거리로 나가 '한국 엑소더스'를 선택했다는 서울시 청년들을 붙잡고 그 이유를 한번 들어보시라. 단언컨대 오 시장의 진단에 동의하는 청년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갈수록 희소해지는 안정 일자리, 물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소득, 살인적인 집값과 주거비, 한번 낙오하면 재기조차 어려운 비정한 사회라 답하는 청년이 대다수일 것이다.

국가재정과 청년 세대의 미래와 관련해 오 시장이 진정 걱정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부자감세로 인해 2년 연속 예정된 대규모 세수 펑크, 그에 따라 강제되는 복지 축소다. 이미 선진국 대열에 오른 경제 발전 수준과 비교해 매우 낮은 국민부담률과 이에 조응하는 낮은 복지 지출을 지속한다면, 우리나라를 벗어나려는 청년 세대 자체가 소멸하게 될 것이다. 정부지출 비중이 우리나라의 2배에 이르는 스웨덴과 영국의 2021년 합계출산율이 각각 1.67명, 1.56명으로 우리나라의 2배에 근접한 사실이 우연일까?

오 시장이 IMF 통계를 비틀고 오도하는 이유는 당연히 이재명 전 대표가 발표한 기본사회 비전을 무분별한 복지 확대, 이로 인한 국가재정 파탄과 연결하기 위해서다. 기본사회 비전은 두 가지 점에서 오 시장의 긴축·반복지 소신에 대해 비교우위를 갖는다.

첫째, 기본사회는 소득, 주거, 의료, 금융, 교통, 통신 등 필수 서비스에 대한 기본 접근권을 보장하려고 한다. 소득 수준과 출산율 사이, 주거 수준과 출산율 사이의 상관계수는 거의 1에 가깝게 분석된다. 이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 전체에 걸쳐 기본 수준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초저출생을 멈춰 세울 수 없다는 점을 웅변한다.

둘째, 기본사회 비전은 복지 확대만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우리 경제의 혁신을 동시에 추구한다. 가장 중요한 분야는 재생에너지 전환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재편되고 있는 국제통상질서에 한국이 적응하느냐 낙오하느냐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본사회 비전은 단지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르자는 것만이 아니라, 이를 일자리와 소득의 위기라는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의 해결과 결합시키려 한다. 이는 전남 신안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햇빛바람연금을 심화·확대하려는 의지로 표현된다.

햇빛바람연금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 수준은 여전히 증세를 요구하고 있지만, 과거 복지선진국이 소득세 최고세율 70~80%를 부과하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햇빛바람연금은 그 자체로 국민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면서도, 그 재원을 높은 조세부담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오 시장은 활력을 잃고 저성장 상태로 진입한 우리 경제에 대해 아무 비전도 얘기하지 않는다. 13년 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로 시장직을 걸어 복지 확대에 반대했던 소신이 오늘날에는 돌봄 제도의 근간인 사회서비스원 폐지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기본사회는 필수 서비스에 대한 기본 접근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돌봄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 등 경제 혁신을 이루려고 한다. 오세훈의 반복지 선언과 기본사회 비전 중에서 무엇이 청년을 위한 길일까?


용혜인 국회 기본사회포럼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