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정에서 "검사 사칭은 누명"이라며 근거로 내세운 '통화 녹취록' 속 당사자가 재판에 출석해 "(녹취록처럼) 통화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22일 진행된 이 전 대표 등의 위증교사 혐의 공판에는 이모 KBS 기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 전 대표 측이 검사 사칭 누명을 썼다는 근거로 제시한 통화 녹취록의 당사자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측이 이 기자라고 지목한 사람은 이 전 대표에게 "KBS와 김병량 시장이 이재명을 검사 사칭의 주범인 것처럼 몰자고 했다"는 취지로 말한다.
하지만 이 기자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거듭했다. 그는 "KBS가 이재명을 검사 사칭의 주범인 것으로 부추겼다는 이야기를 (이 전 대표에게) 했냐"는 이 전 대표 측 변호인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가 직접 나서 이 기자에게 "우리가 대화도 하고 2002년 사건 이야기도 하지 않았냐"고 했지만, 그는 "2002년 사건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심 증인으로 볼 수 있는 그가 녹취록 당사자가 아니라고 부인하자 재판부와 검찰이 진위를 확인하려 나섰지만 그의 답변은 변함 없었다. 재판부는 이 기자에게 "이 녹취록이 이재명과 증인의 대화라고 하는데, 기억하냐"고 물었지만, 그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모르는 사람들이 (녹취록에) 자꾸 등장하는데, 제가 그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저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기자에게 해당 녹취록을 보여주며 "증인과 이재명의 통화가 아닐 가능성도 있냐"고 물었고, 이 기자는 "육성이나 녹음파일을 들려주면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제가 노조, 기자협회 등을 언급하며 대화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2018년 12월 22~24일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모씨에게 "KBS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고 이 전 대표만 주범으로 몰기로 한 협의가 있었다고 증언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표의 부탁을 받은 김씨가 2019년 2월 이 전 대표 재판에서 위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증언한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듬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