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남북 잘 지냈는데"… 북한 '통일 정책 폐기'에 혼란스러운 재일조선인 사회

입력
2024.07.23 04:30
북, 조총련에 통일 폐기 철저 이행 지시
"국적 상관없이 통일 바라며 지냈는데"
방북 특별허가 재일조선인 반발 고려했나

북한 쪽에 가까운 일본 내 재일조선인 사회가 '통일 정책 폐기 방침을 철저히 이행하라'는 북한 지침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2일 보도했다. 그동안 남북 국적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통일을 바라며 함께 어울렸던 재일조선인은 갑작스러운 관계 변화에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친북 성향 일본 내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관련 단체·학교가 사용하는 출판물에 한국을 '동족'이라고 표현하지 못하게 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구체적으로 '동족 관계인 남북한', '평화 통일' 메시지를 담은 활동을 금지했다. 사무실이나 교실 내 한국을 동족으로 나타내는 표현·그림은 모두 다른 내용으로 교체하게 했다. 또 한반도 전체를 나타내는 지도 사용 금지와 남북통일 의미를 담은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지시했다.

재일조선인들은 북한의 강경책에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조선인 중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아서다. 마이니치는 "조선인 가족, 친척 중 국적이 다른 경우가 있다"며 "이들은 남북 정상이 통일을 목표로 한반도 정책을 추진해 온 것에 기대를 걸며 지내왔다"고 설명했다.

"북, 조선대 학생 방북 때 어떤 메시지 낼지 주목"

그러나 북한 지침으로 인해 이제 적대적인 관계로 바뀐 것이다. 재일조선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재일조선인은 마이니치에 "같은 말과 문화를 공유하는 민족인데 (하루아침에) 달라지게 생겼다"며 동포 사회에서 반발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재일조선인은 "한반도 분단 상황에도 잘 지냈고 지금도 통일을 바라고 있다"며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조선대 학생들의 방북을 허용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선대 학생들의 방북 특별 허가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대 4학년 학생 140명이 대상으로, 이들은 8~11월 차례로 방문해 한 달가량 북한에 머물 예정이다.

한국 국적자 방북도 허용했다. 일본 도쿄 고다이라시에 있는 조선대는 조총련 계열 학교로, 재학생 중에는 한국 국적자도 있다. 마이니치는 "조선대 학생들 방북을 통해 재일조선인 사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며 "(북한 통일 정책 폐기에 따른) 조선인 사회 내 반발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이에 통일 정책 폐기와 함께 민족, 통일 개념을 지우고 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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