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해임에 민주당 해산까지... 정쟁용으로 변질된 국회 청원

입력
2024.07.22 17:50
국회청원, 22대 국회만 16개 청원 요건 갖춰
'윤 대통령 탄핵 청원' 도화선으로 정쟁성 청원 
'교제폭력 제도개선' 등 '비정쟁' 청원은 외면

22대 국회 들어 국민동의청원이 정쟁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의요청 청원이 불을 지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으로 구체화하자, 이에 반대하는 청원에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과 민주당 정당해산 청원까지 상임위 회부 요건을 충족하면서 정쟁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이날까지 16개 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상임위원회로 회부됐다. 한 달간 143만4,784명의 동의를 얻어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윤 대통령 탄핵 발의요청 청원이 대표적이다. 청원인은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 뇌물 수수와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 전쟁위기 조작까지 5가지 사유를 들었는데 법사위는 이 중 해병대 외압 의혹과 관련해 19일 1차 청문회를 진행했고, 26일에는 주가조작 관련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회 국민 청원은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절차가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에서 진행되면서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여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탄핵안 발의 반대 청원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법사위에 회부됐고, 이날 오전에는 '민주당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 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상임위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청문회를 주도한 정청래 위원장을 향한 '법사위원장 해임 요청' 청원도 5만 명, '국회의원 제명에 관한 청원'도 1만 명을 각각 넘었다. 이 밖에 신원식 장관 탄핵 및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임명 요청 청원도 5만 명을 채워 상임위 회부 수순을 밟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도 안 됐지만, 대부분 여야 간 정쟁이 불가피한 이슈들만 국회 청원 요건을 채워가는 양상이다.

여기에는 정쟁에만 매몰된 여야 정당의 분위기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당장 탄핵이나 해임, 해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만, 여론전 등을 이용해 상대에 대한 흠집내기 효과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탄핵 카드만 해도, 이런 식으로 희석시키면 정말 필요할 때 다수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지만 묻히고 있다.

정쟁성 이슈만 주목을 받다 보니 민생과 밀접한 청원은 관심 밖이다. 윤 대통령 탄핵 청원(지난달 24일)보다 일찍 법사위에 회부된 '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 청원은 한 달 넘게 법사위 전체회의 안건으로 오르지 않았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 전환'이나 '무분별한 해외 직구 규제 반대' 등의 민생 관련 청원도 지난달 정무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논의의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회가 청원에 편승해 정작 챙겨야 할 민생 이슈는 외면하고 사회적 갈등만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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