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 돼가는 기후공시 "늦어도 2026년 의무화해야"

입력
2024.07.22 17:00
유럽은 내년부터, 미·중 등 2026년부터 공시
경영계 "제도 연착륙 위해 2029년 이후" 주장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발 빠르게 대응해야"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회계공시처럼 의무 공개하는 '기후공시' 제도와 관련해 "예정대로 2026년부터 시행하자"는 관련 단체들 촉구가 나왔다. 경영계에서 최근 준비 미비를 이유로 2029년 이후로 시행을 미루자는 의견을 냈지만, 기후공시가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수출국가' 한국이야말로 기업 경쟁력을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피스·경제개혁연구소(ERRI)·녹색전환연구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후공시 방향 제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후공시란 온실가스 배출량 같은 기본 정보에 더해 기후변화에 따른 사업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경영전략 등을 기업이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는 제도다. 재난으로 인한 물리적 위험, 기후변화 적응·대응 노력과 이에 대한 신사업 기회 등도 포함된다.

기후정보 공개 시 국민연금 등 투자자는 투명한 정보에 입각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기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경영 리스크를 미리 식별하고 관리하는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도 산업전환 같은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후공시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 대형 상장기업들은 올해 지속가능성 경영 정보를 취합해 내년부터 당장 공시해야 하며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이미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제정해 법적 기반을 만들어 시행 일정을 확정 중이다.

반면 한국은 금융위원회와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기준위원회(KSSB)에서 올해 4월 말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발표했으나, 핵심 쟁점인 공시 의무화 시작 시기와 대상, 공시 매체 등은 미정인 상황이다. 기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공개 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이 공시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은 2026년이나, 최근 한국경제인협회는 제도 연착륙을 위해 2029년까지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한국회계기준원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EU·미국·호주·캐나다·중국·일본·싱가포르 등 글로벌 공시 시기가 2025~2027년 정도로 확정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최근 2028~2029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타국보다 해외 규제 동향에 훨씬 더 앞서서 민감한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상품 개발과 투자 결정에 지속가능성 정보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일 뿐 아니라, EU는 2029년부터 역내 진출 해외기업에도 기후공시를 요구할 예정인 만큼 미리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국민연금 등 국내 투자자의 ESG 금융 규모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속가능성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2030년이 기후위기 대응 마지노선인 점을 고려해도 2029년 이후 시행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은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투자 결정을 위해) 가장 빠르고, 가장 정확하게 공시가 이뤄지면 좋다"면서도 "실제 공시를 해야 할 기업 입장에서는 애로사항이 있는 만큼 기업 규모나 사업 현황에 따라 대상 기간은 차등을 두는 편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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