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재선 도전을 포기하게 된 배경에는 민주당 내부 반발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온갖 막말로 '고령 리스크'를 파고들던 미 공화당의 공세보다 '친구의 배신'이 더 뼈아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만큼 앙금도 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사퇴를 결정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당내 인사들에게 서운한 마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익명의 민주당 소식통을 인용해 "(재선을 포기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을 공개 비판했던 민주당 인사들에게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고 보도했다. 비록 그가 이날 엑스(X)에서 "(재선 도전에서 물러나는 것이) 당과 나라를 위한 최선의 이익"이라고 선언했지만, 측근들에게는 후보 사퇴 압박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는 얘기였다.
실제 지난달 27일 대선 1차 TV 토론에서 고령 리스크가 표면화한 이후 바이든 대통령 측 인사들은 '당내 비판이 잔혹할 정도로 거셌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 '큰손' 후원자 및 연방의원 30여명이 직접적으로 후보 사퇴를 압박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민주당 상·하원 지도부인 척 슈머와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 등도 직간접적으로 우려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 중진 인사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동료였다.
한 민주당 의원은 WP에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친구라고 생각했던 모든 사람에게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 성명을 '깜짝 발표'한 것 역시 당내 인사들에 대한 불쾌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는 전날 밤 자신의 델라웨어주(州) 사저에서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및 백악관 최측근 참모 2명 등 극소수 측근들과 후보 사퇴 결정을 논의했다. 하지만 주요 당직자들에게 사전에 사퇴 계획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설립자인 존 해리스는 이날 폴리티코 칼럼에서 이런 폐쇄적인 태도가 당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뒤끝'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마치 '후계자'를 정하듯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뒷말이 나왔다. 당 일각에서는 소규모 경선을 여는 등 보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차기 후보를 결정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를 원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해리스 부통령을 콕 집어 지지함으로써 다른 후보가 나설 입지를 좁혔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큰손 기부자인 존 모건 변호사는 미국 CNN방송에 "해리스 부통령보다 더 온건한 성향을 가진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였을 것"이라며 "그를 위한 후원 및 모금 행사 주최 등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