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의 '보이는 손'이 전당대회 초반 레이스부터 선거 구도를 흔들고 있다. 9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 후보가 의중을 숨기지 않고 특정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밀어주기에 나서면서다. 앞서 원내대표 경선과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도 소위 '명심'(明心) 후보가 논란이 된 데 이어 이번 전대도 또다시 불공정 논란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인천 경선 후 자신의 차 안에서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와 나란히 앉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 후보는 김 후보에게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도 하느라 본인 선거를 못해서 결과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를 "당대표 선거 총괄본부장"이라며 "전략이나 정무적 판단도 최고이시니까 (역할을) 부탁드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당원들도 (김 후보를) 알게 될 것이다. (순위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대놓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현재 당내에서 최고위원 도전에 나선 후보 중 명심에 가장 가깝게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연임에 성공하면 4선 중진인 김 후보의 연륜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전대 전부터 김 후보를 '수석 최고위원'으로 낙점했다는 말까지 회자됐을 정도다. 하지만 원외인 정봉주 후보가 강한 선명성으로 선두로 치고 나오면서 김 후보는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지역 경선 누적 4위에 그치고 있다. 이 후보로 결집된 당심이 김 후보로 연결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특정 후보를 유튜브 등에 출연시켜 밀어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당대회 룰을 의식한 듯, 이 후보는 21일 김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 후보 8명과도 유튜브 라이브에 함께 출연했다. 8명 후보 중에서 이 후보 측에 유튜브 출연을 직접 요구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90%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해도 이 후보는 어디까지나 '선수' 자격으로 전대에 뛰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불공정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된다. 실제 당원들 사이에선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이 후보 유튜브 라이브 출연 순서와 이 후보가 보인 반응을 두고 누가 '명심' 후보인지 파악하는 데 분주할 정도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명심' 후보로 알려진 추미애 의원 탈락으로 당원들이 대거 탈당하는 후폭풍까지 겪은 전례가 있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일극체제에서 특정인을 밀어주니 전체 선거 자체가 영이 안 서게 됐다"며 "이 후보가 몸을 낮추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