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후 첫 수능, 작년보다 쉬웠다… "최상위권, 한두 문제로 당락 갈릴 판"
의과대학 모집정원 증원 이후 처음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되면서 의대 등을 지원하는 최상위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이 처음 적용됐던 지난해 수능에서는 준(準)킬러문항이 나와 난도가 높았지만, 올해는 준킬러문항도 배제되면서 국어·수학·영어 영역이 지난해보다 다소 평이했다는 평가다. 다만 킬러문항 배제 기조하에서도 수능 난도가 오락가락하면서 입시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중철 수능 출제위원장(동국대 교수)은 수능일인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킬러문항을 완전히 배제했고, 준킬러문항도 충분히 걸렀다”며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능은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고난도 문항이 다수 출제돼 ‘불수능’으로 불렸다. 전 과목 만점자도 한 명에 불과했다. 이번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등 주요 영역이 모두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킬러문항 배제 방침 이후 가장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를 받은 올해 9월 모의평가(모평)와 비슷한 수준이다. 9월 모평은 전 영역 만점자가 63명에 달한다. 국어 영역의 한병훈 EBS 국어 대표강사(천안중앙고 교사)는 “9월 모의평가의 출제 경향을 유지했고, 전체적인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운 수준”이라고 했다. 수학 영역의 심주석 EBS 수학 대표강사(인천하늘고 교사)도 “지난해 수능보다 확실히 쉬웠고, 학생들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체감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어 영역의 김예령 EBS 영어 대표강사(대원외고 교사)도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됐다”며 “대부분 지문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공교육과의 연계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출제 당국은 영역별로 난도 있는 문항을 넣어 변별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입시업계에서도 지난해 수능보다는 쉬웠지만 영역별로 한두 문제의 난도 높은 문항을 넣어 기본적인 변별력은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EBS 교재와의 연계율은 50% 수준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출제당국의 난이도 조정에도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의대 증원에 따라 의대 등 최상위권 대학에 재도전하는 졸업생 응시자도 크게 늘어난 상태다. 이번 수능에서 졸업생 응시자는 16만1,784명으로 2004학년도(18만4,317명) 이후 가장 많다. 실제 이번 수능 출제 난도가 9월 모평 수준으로 판명된다면 고득점자가 많아 최상위권은 1, 2점차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 9월 모평에서는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29점과 136점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20점 가까이 낮았고, 국어(4,478명)와 수학(4,736명) 최고점을 받은 응시자 수가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4,485명)에 맞먹었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쉬울수록 낮아진다. 절대평가인 영어도 1등급 비율이 통상 수준인 4%의 두 배를 넘는 10.94%(4만2,212명)로 집계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되면서 최상위권에서 1등급 구간 동점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어와 수학에서 만점을 맞고도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소장은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서 상위권의 경우 실력보다는 실수 여부나 운에 따라 진학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학생의 경우 정시보다는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하는 수시모집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해 수능 난도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 불수능에 이어 올해는 다소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수능 난도 예상이 어려워지면서 수험생 혼란도 크다”며 “난도 격차를 줄여 수험생들의 예상 범위 내에서 출제해 입시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