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2014년 UNHCR 명예사절 임명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친선대사로 활동해 왔다.
22일 UNHCR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정우성은 이달 3일 친선대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전날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UNHCR 한국대표부와 저의 이미지가 너무 달라붙어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됐다"며 "기구와 나에게 끊임없이 정치적인 공격이 가해져 '정우성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 일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다른 의미들을 얹으려 하기에 나와 기구 모두에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정우성은 지난 10년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남수단과 레바논, 방글라데시, 콜롬비아 등 분쟁 지역과 난민촌을 방문하고 현지 상황을 한국에 전했다. 2019년에는 난민 관련 활동을 기록한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펴냈다. 정우성은 친선대사 시절을 돌아보며 "(제가) 해마다 세계 곳곳의 난민 캠프를 다녀오고 난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인식이나 이해가 뚜렷해진 것 같다"고 했다.
정우성은 2018년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난민과 연대해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에 강한 비난을 받았다. 당시 예멘인 500여 명은 고향의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입국한 뒤 난민 신청을 했는데 일부 시민들은 '종교 갈등과 성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했다. 법무부는 2018년 12월 기준 난민 신청을 했던 예멘인 484명 중 단 2명의 난민 지위만을 인정하고, 412명에겐 인도적 체류 허가를 줬다.
정우성은 "UNHCR도 놀랐고 저도 놀랐다"며 "왜 갑자기 난민에 대한 이런 부정적 반응과 오해들이 튀어나오지? 당혹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반대하는) 사람들의 편견, 오해는 어디에서 오는 건지 자꾸 들여다보고 그걸 잡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6년이 흐른 현재는 "문제가 없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며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를 떠나서 내륙으로 들어와 생활했지만 일각에서 우려했던 범죄 등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우성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다시 배우로 돌아가서 배우로 존재할 것"이라며 "친선대사를 그만두지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 문제나 나눠야 할 이야기가 아직 많다. 더 관심 갖고 지켜보려고 한다"고 했다.
UNHCR 친선대사 후임자에 관해선 "잘 찾길 바란다.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일정이 녹록한 일은 아니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젊은이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저와 같은 이해를 가진 누군가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