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영부인 조사 원칙 안 지켜져… 모두 제 책임"

입력
2024.07.22 09:29
"경위 파악 후 필요 조치 취할 것"
거취 표명 관련해선 여지 남겨둬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출장조사' 논란을 두고 "성역 없는 조사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항의성 사퇴 등 거취 부분에서는 일단 말을 아꼈다.

이 총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총장 취임하면서 법불아귀(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 원칙을 말했고, 국민께 여러 차례에 걸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했다"며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20일 서울 종로구 소재 대통령 경호처의 보안청사에서 비공개로 김 여사를 불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이 총장은 조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서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사후 '통보'를 받아 '총장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이 총장은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제 책임"이라며 "국민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총장은 2022년 9월 16일 취임 후 첫 일성으로 "수사와 재판의 모든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절차적 정의를 지키면서 절제의 덕목 또한 갖춰야 한다"며 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와 승불요곡(繩不撓曲·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을 언급했다. 성역 없는 법 집행과 증거·법리에 따른 검찰권 행사를 얘기하며 검찰 수사의 절제와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지난달 3일에도 김 여사 수사에 대해 "그 사건뿐 아니라 모든 사건에서 검사들에게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과 기준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있다"고 재차 원칙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자신의 기조가 이번 김 여사 조사과정에서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사과한 것이다.

이 총장은 이번 사후 보고 관련 '문책 계획'을 묻는 질문엔 "오늘 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다"며 "진상을 파악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고, 부족하다고 하면 그때 판단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해 즉답을 피했지만, 사퇴 여지를 남겨뒀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