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후 1시 46분쯤 X(엑스)를 통해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자,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이를 긴급 뉴스로 타전하면서 불과 석달여 남은 미국 대선 전망과 국제 정세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유럽 정상들은 전례 없는 미 대선 후보 사퇴가 자국과의 동맹 관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통령이 고령과 능력에 대한 우려 속에 재선 캠페인을 끝냈다"면서 "50년에 걸친 그(바이든)의 정치 경력에 상한선을 두는 일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정치적 붕괴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동료들의 강한 압박 속에 집권 2기를 위한 선거운동을 포기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막을 새 후보를 찾는 노력 속에 대선 구도가 뒤집히게 됐다"고 전망했다.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고 여당의 유력 인사들을 확신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례없는 결정이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인도태평양부터 가자지구, 이스라엘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긴장이 극심한 시기에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정책과 백악관의 권위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BBC 방송은 "미국민이 투표장소로 향하기 넉 달 전 벌어진 일"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발표로 지난달 27일 TV토론으로 시작된 미국 정치의 격동의 시기를 마무리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면서도, 서방과의 동맹 관계 등 국제정세에 미칠 파장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의 남은 대통령직 임기에 함께 일할 것을 고대한다"며 "그는 이제까지 놀라운 경력 내내 그랬듯이 미국민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엑스에 "내 친구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조국과 유럽, 세계를 위해 많은 것을 성취해 왔다"며 "그 덕분에 미국과 유럽은 가까운 협력 관계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강하다"고 썼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와 미국, 세계를 더 안전하게 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더 굳건하게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왔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이후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은 아직 4개월 남아있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의 우선순위는 미국 대선 결과보다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성과를 내는 데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