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꼽히는 한국. 노인 인구는 지난 10일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노인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돌봄이 필요한 인지증(치매) 노인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의 노인 돌봄은 대형 요양시설 내 좁은 다인실에 갇혀 열악한 서비스를 받는 정도가 현실이다. 한국 보건복지부는 노인 맞춤형 돌봄 서비스 수요 다양화에 대응하고자 이달부터 '유니트 케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복지부 측은 올 연말 '고령사회 대책' 발표를 앞두고 지난 18~20일 일본 도쿄를 찾아 일본 인구문제 전문가·전문기관을 다니며 돌봄 서비스 다양화 방안을 살폈다. 치매 노인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기존 생활 환경과 비슷한 곳에서 지내며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방안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한국보다 '유니트 케어'를 먼저 시작한 일본 사례가 모범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9일 찾은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쓰루마키의 집'은 일본 사회복지법인 호유카이가 지난해 8월 문을 연 유니트 케어 노인요양시설이다. 유니트 케어는 대규모 다인실에서 돌봄을 받는 기존 노인요양시설이 아닌 10명 이하 소규모로 그룹을 지어 따로 생활하는 돌봄 서비스다.
유니트 케어는 개인 공간이 보장되고 욕실 등 공동시설 사용자가 적어 쾌적한 환경이 유지되는 편이다. 때문에 최근 일본에서 이 서비스를 찾는 노인이 늘고 있다. 이곳 이용료는 월평균 15만~16만 엔(약 133만~141만 원)으로, 중산층이라면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덕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쓰루마키의 집은 개소한 지 얼마 안 돼 깨끗한 이유도 있지만, 입소자들이 기존 집에서 살던 환경과 비슷한 곳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정원은 108명으로 이미 다 찼지만, 대기자 수만 250명에 이른다.
쓰루마키의 집은 이제 막 유니트 케어를 시작한 한국이 벤치마킹할 사례다. 이곳은 입소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5개 유형의 유니트 케어를 운영한다. 기존 생활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곳을 고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일본 전통 가정 △자연 친화형 △북유럽 가정 △밝은 리조트 △도시 분위기 등 공간 배치나 가구·가전도 모두 다르게 꾸몄다.
생활 패턴을 입소 이후에도 이어가게 돕는 것도 특징이다. 입소자들이 시설의 정해진 일정에 맞춰 움직이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식이다. 후지마키 게이스케 쓰루마키의 집 시설장은 "아침밥을 먹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식사를 거르고 잠을 더 자는 사람이 있듯, 입소 전 생활을 파악해 최대한 유지하게 한다"고 말했다.
쓰루마키의 집은 입소자 스스로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부분 경증·중증의 인지증(치매) 환자지만,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요리하고, 잠들기 전 목욕까지 요양보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 한다. 보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환자의 중증도 진행을 늦추려는 이유에서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치매 노인 증가로 요양 서비스의 제공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지역에서 의료와 요양, 돌봄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지역 포괄 케어를 위해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