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두 탕’ 뛰는 서승재 “금메달도 두 개 따고 싶어”

입력
2024.07.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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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혼합 복식, 남자 복식 출전
각각 채유정, 강민혁과 호흡 맞춰
작년 세계선수권 두 종목 제패로 자신감
"큰 대회에 약한 선수라는 생각 떨쳐내"

한국 배드민턴의 수장 김학균 감독은 “역대 단일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2개 넘게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을 도전한다”며 2024 파리 올림픽 출사표를 던졌다.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끊긴 ‘금빛 스매시’를 이번에 제대로 날려보겠다는 각오다. 역대급 성적에 도전장을 낸 배경에는 여자 단식 세계 최강 안세영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급 유틸리티 플레이어' 서승재의 존재감이 커서다. 혼합 복식과 남자 복식 ‘두 탕’을 뛰면서도 각각 세계랭킹 3, 4위 수준급 실력을 발휘해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 12일 일찌감치 한국 선수단의 파리 올림픽 사전캠프인 프랑스로 떠나 한참 적응 훈련 중인 서승재의 목표는 '멀티 금메달'이다. 채유정과 혼합 복식, 강민혁과 남자 복식에서 짝을 이루는 서승재는 “솔직히 두 종목 다 금메달 따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파트너와 호흡을 볼 때도 모두 메달을 수확할 수 있는 적기”라고 밝혔다. 다만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에 몰입하고 이겨내다 보면 분명히 좋은 기회는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배드민턴의 전통적인 메달 밭이었던 복식은 금맥이 끊긴 지 오래다. 남자 복식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김동문-하태권, 혼합 복식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용대-이효정 금메달이 마지막이다. 군산동고 시절인 201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아 어느덧 국가대표 11년 차가 된 서승재는 복식 금메달 계보를 이을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파리 올림픽에는 두 종목 모두 세계 4위까지 주어지는 시드를 받아 4강까지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다.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올림픽을 처음 경험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서승재는 이번에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그 당시만 해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에서 한 번도 성적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나갔다”면서 “이번에는 다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 항저우 아시안게임 3등이라는 성적을 냈고, 큰 대회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군 복무도 마쳐 심리적 부담감이 덜해 조금 더 마음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혼합 복식과 남자 복식을 모두 제패한 건 국가대표 경력에 큰 전환점이 됐다. 한국 배드민턴의 세계선수권 2관왕은 1999년 김동문 이후 24년 만이었다.

서승재는 “최근 1~2년 동안 성적이 좋았을 뿐, 그전까지는 우승을 많이 못 했다. 세계선수권은 물론 올림픽, 아시안게임 모두 8강에서 떨어져 ‘큰 대회에 약한 선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고비를) 한 번은 뚫고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계속 노력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뚫고 나올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두 종목을 뛰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파트너들의 배려와 오랜 복식 경험으로 이겨내고 있다는 서승재. “두 종목을 오래 하고 있지만 각각 스타일이 다르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훈련 시간이 적어요. (강)민혁이와 (채)유정이 누나에게 미안한데, 저를 배려해주고 부족한 점을 채워줘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두 종목 모두 잘 치를 수 있도록 저만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기술적인 부분이 성장했다. 그는 “코트 후위에서 스매싱을 하는 건 원래 자신 있지만 중간이나 앞에서 (드롭샷이나 헤어핀 등) 네트 플레이로 포인트를 내는 게 부족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보완했다”며 “스매싱 구사 빈도를 줄이면서 체력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서승재의 눈은 올림픽 금메달 2개로 향하지만 여전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있는 것들만 하자’는 초심을 품고 있다. 그는 “항상 ‘최선을 다한 선수가 되자’는 마음으로 계속 운동을 해왔다. 이런 자세가 쌓이고 쌓여 빛을 봤다”며 “이번에도 욕심 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하면 올림픽에서도 원하는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지섭 기자